매화 아쉬움
김 익 택
그립다 말하지 말고
아쉽다 하지 마라
일년을 기다려 피었어도
고작 보름
화사하다 아름답다
미친 듯이 좋아하는 사람들도
열흘 지나고 나면 시큰둥하다
꽃이 핀들
바람 불고
비 오고 나면
떨어져야 할 시간
짧아도 긴 여운은
오래 피어 남는 것이 아니라
모자란 듯 아쉬운 짧은 시간이다
추위 속에 피는 매화는
김 익 택
바람이 떨고 있는가
매화가 떨고 있는가
2월에 매화꽃은
꽃이 바람을 유혹했던가
바람이 꽃을 유혹했던가
2월의 매화 향기는
그 누구의 탓 아닌 아픔을
매화는 바람을
바람은 매화를
어쩌면
서로 위로하며 극복하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매화 피는 겨울
김 익 택
북쪽고향 기러기는
아직도
호수에서 자맥질하며
먹이 찾느라 분주하고
얼음에 뿌리박은 버드나무는
죽은 듯이 동면인데
매화는 올해도
소리소문없이
활짝 피어 향기를 흩날리고 있다
그 꽃 매화
김 익 택
그 꽃을 처음
본 날은 아주 잠깐!
그냥 스쳐가는 색이었을 뿐
아무 의미 없었습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자꾸 보다 보니
그 꽃의 의미
바위에 아로새긴
비문같이 또렷했습니다
백 년 세월에
남은 것은
지탱하기 어려운
썩은 몸통아리 껍데기뿐
삶이 의아했습니다
그래도 그 꽃은
살을 에는 강추위에
홀로 활짝 피어서
흩뿌리는 은은한
빛과 향기는 삶의 의미
필요충분했습니다
무엇인가 기억하고
추억한다는 것은
사랑하지 않고
가슴이 허락하지 않듯
그 꽃은 내게
우연 보다 인연
인연 보다 필연
필연 보다 천연같이
안녕이라는 말
뇌리에 담아두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 그 꽃은 날마다
내 가슴에 필뿐
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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