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는 피는 일주일은
김 익 택
얼음 얼고 눈 내리고
당신 핀지 보름 동안
비바람이 회를 치며
얼굴을 할켰지만
당신은
죽음 같은 고통을
더욱 싱싱한 꽃으로 승화했지요
늙고 아파도
피어야 한다는 의무
내일 죽어도
망설임없는 오늘은
피는 꽃으로도 모자라
그윽한 향기로
삶의 행복을 퍼뜨리지요
나도 고 매화처럼
김 익 택
저 매화나무
나이 백년
삶의 한계라 했던가
몸이 썩어
속이 텅 비어도
피는 꽃은
젊은 나무 보다 더
향기롭고 싱싱하다
나도 저처럼
마지막 그날까지
나를 아는
그들 가슴에
아름답고
향기로울 있을까
매화가 나를 위로하다
김 익 택
손 시린 아침
잔뜩 움츠린 채
땅만 보고 가는 나에게
인사하는 매화
향기가 양심을 불러 세웠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매화를 바라보았다
여린 가지 끝에 매달린 매화는
모진 바람이 불 때마다
몹시 흔들거리는 모습
숨쉬는 것 조차 어려워 보였다
미안하고 고마웠다
콜록콜록 기침으로 인사하고
돌아서는 등 뒤로 드센 바람 떠미는데
코 끝에 그윽한 향기 더 스민다
통도사 홍매화 첫 꽃망울
김 익 택
가지 끝에
피 멍 같이
붉게 맺힌 꽃망울
칼 바람에 휘청거리고 있다
발 없는 향 천리
종종걸음 멈추고
바라보는 사람들
꽃망울 하나
향기 한줌
고승의 법문을 듣고 있는 듯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매화 너만 같았으면
김 익 택
내 나중에
나이 먹어
온 몸
생활구실 못해도
나 너처럼
밝은 빛
맑은 향기 피울 수 있을까
나를 아는
그들에게
나 너처럼
나 밖에 없는
정 하나의
싱싱한 그리움
혼 하나의
향기로운 사랑
남을 수 있을까
매화꽃 유감
김 익 택
아 저 꽃
귀한 사랑
이제야 알겠다
삭막한 겨울 한복판에
꼿꼿이 서서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향기로 인도하고
보이는 사람 그들에게
남녀노소
막론하고
고고한 멋
시선 사로잡는
찰칵거리는 스마트폰 소리
뭉쳐서 위대한 가창오리 비행소리같이
아름답다
봄 향기는 매화부터
김 익 택
매화향기에
된장이 익어가는 초봄
건너 사랑방을
기웃거리는
붉은 노을이
갈가마귀소리에
어둠이 짙어가고 있다
고 매화와 푸른 이끼
김 익 택
뿌리부터 가지까지
온 통 썩은
매화나무 한 거루
푸른 이끼가
청춘이다
용케 산
가지
그 끝에
활짝 핀 꽃송이
옛 시인의 덕망같이
향기가 그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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