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양들
김 익 택
넓은 들 한 가운데 소나무 한 쌍
들녘을 지키는 듯 집안을 돌보는 듯
우뚝 서 있다
그 아래 매화나무들은
스승을 존경하는 듯 님을 사모하는 듯
소나무 둘레를 빙빙 돌며
강강수월래를 하고 있다
억척 속에 인간의 도리 잃지 않고
억압 속에 본분 잃지 않는
촤참판 정심같이
내 고향이 아니어도
낯선 사람 누군들 맞아주는 인심같이
악양들은 할머니의 손길같이 포근하다
악양들 부부송
김 익 택
저기 악양들 한가운데
소나무 한 쌍
키 큰 소나무는 길상이고
키 작은 소나무는 서희인가
의젓하면서도 외롭게 보인다
왕도정치 부패
한일합방의 민족말살
사람 농산 임산 축산
아주까리까지 전쟁에 공출
암울한 세월 36년
저 산이 말이 없고
저 들이 말이 없어도
알 것은 다 알아
잊어서는 안되고 잃으면 더욱 안 된다
기억하라는 듯 기상처럼 표상처럼
마을과 들을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