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양들

 

 

김 익 택

 

 

 

 

넓은 들 한 가운데 소나무 한 쌍

들녘을 지키는 듯 집안을 돌보는 듯

우뚝 서 있다

 

그 아래 매화나무들은

스승을 존경하는 듯 님을 사모하는 듯

소나무 둘레를 빙빙 돌며

강강수월래를 하고 있다

 

억척 속에 인간의 도리 잃지 않고

억압 속에 본분 잃지 않는

촤참판 정심같이

 

내 고향이 아니어도

낯선 사람 누군들 맞아주는 인심같이

악양들은 할머니의 손길같이 포근하다

 

 

 

 

 

악양들 부부송

 

김 익 택

 

 

 

 

 

저기 악양들 한가운데

소나무 한 쌍

키 큰 소나무는 길상이고

키 작은 소나무는 서희인가

의젓하면서도 외롭게 보인다

 

왕도정치 부패

한일합방의 민족말살

사람 농산 임산 축산

아주까리까지 전쟁에 공출

암울한 세월 36

 

저 산이 말이 없고

저 들이 말이 없어도

알 것은 다 알아

잊어서는 안되고 잃으면 더욱 안 된다

기억하라는 듯 기상처럼 표상처럼

마을과 들을 지키고 있다

 

 

 

'꽃이 있는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4월 동백  (0) 2020.05.09
의신계곡 명상바위  (0) 2020.05.07
구포 둑 벚꽃  (0) 2020.05.07
만년교의 봄  (0) 2020.05.05
영산 연지  (0) 2020.05.0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