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교 1

 

김 익 택 

 

 

 

 

 

 

아이가 어른 되고

어른이 늙은이 되고

늙은이가 죽어 흙이 되도록

흐르는 물에 제 얼굴을 바라보며

보낸 세월 천년

똥장군을 지고가고

등 봇짐을 지고가고

만장이 지나가고

농악대가 지나가던

만년교는

발이 있는 삶들 모두 편히 밟고 가도록

제 굽은 허리를 내 주고 있다

늙고 싶어도 늙지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한 채

 

 

 

 

 

 

만년교 2

 

 

김 익 택

 

 

 

 

 

 

노란 개나리 흐드러지게 피고

하양 수양벚꽃 살랑살랑 대는

만년교는

수양벚꽃 발을 삼아

반쪽 제 얼굴을 다듬고 있다

세상에 있어도 없는

구름 그림자 잠깐 기웃거리면

어질러 놓은 바람에

수양 벚꽃이 웃는데

만년교는 언제나 침묵이다

고름 같은 세월도 지나가고 나면 추억

중태기 공중 부양 묘기하는 수면에

퍼져가는 원주 물결에

만년교가 구름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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