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예의
김 익 택
어둠을 먹고
안개를 먹고
이슬을 먹고
일어나는
새벽은
태양이 제일 먼저
바다를 깨우고
대지를 깨우고
삶을 깨운다
새벽에 일어나는 삶
새벽에 잠드는 삶들에게
방해되지 않게
소리 없이 빛으로
삶을 깨우고 삶을 잠재운다
해운대 인어공주
김 익 택
새끈새끈 잠자는 아이
엉덩이를 토닥토닥이듯
출렁이는 파도가
인어공주 앉은 바위에 철석인다
파도는 반가워서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하는
금빛으로 수놓은 바다길로
누가 올까
지난 밤을 꼬박 새운
인어 공주는
한점 흩뜨림없이
출렁대는 바닷길을 바라보고 있다
해운대 아침풍경
김 익 택
신혼부부 비단 이불
들썩거리듯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 있어도 없는 듯
조용한데
동백섬 노송은 침묵이다
동백꽃 진자리에
꽃 무릇이 피고
동박새 빈 둥지에
바람이 스산한다
바다에서 잉태하는 태양
달맞이 언덕을
붉게 물들이고
동백섬을 걷는 사람들은
발걸음이 가벼운데
해운대 백사장엔
늙은 부부가 두 손 모우고
태양을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