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밀물)
김 익 택
올 때는
물 불 가리지 않고
인정 사정없이 제 한 몸
검은 갯바위에 미련 없이
산화하더니
돌아갈 때는
상심
근심
모두 풀어 놓고
다시는 못 볼
정든 사람 뒷모습같이
점점이 사라진다
파도(썰물)
김 익 택
회피 할 수 없는
그 무력의 힘
거칠은 세파같이
통곡해야 해소되는
나르시스같이
온몸으로 산화하는
등신불같이
바위에 부딪히고 또 부딪히고
산산이 부서져 포말 되고
쓰러지고 또 쓰려져서
마침내 나는 없고
하나된
우리가 되어
어깨동무하고 돌아가는 모습
평화롭기만 하다
아침 파도
김 익 택
저 붉은 빛이
저 새하얀 파도가
나를
울게 하고
아프게 해
사랑이라는
그 말
스러지며 소리치고
부서지며 소리쳐
슬퍼도 울지 못했고
아파도 참았던
그 시간
네가 나 대신
빛으로 울고 소리로 울고 있어
파도야 파도야
김 익 택
파도야
네 심장이 그리도 크더냐
하늘과 땅 울리고도 남도록
파도야 파도야
네 심장이 그리도 넓더냐
물과 공기 다 흡수하고 남도록
파도야 파도야
네 양식이 그리도 많더냐
세상의 삶들 다 베풀고 남도록
파도야 파도야 파도야
네 마음이 그리도 깊더냐
적막과 고요 다 수용하고 남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