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나온 치자

 

김 익 택

 

 

하얀 무명옷 고쳐 입고

허리 숙여 장 담그는 새댁모습같이

뒷간 장독대에 하얗게 피어

피로를 풀어주던

한국 여인을 닮은 순박한 꽃이여

오늘은 도심 공원 외출을 나섰네

지나가는 사람마다 지나치지 못하고

남자는 향기롭다며

코를 벌름거리고

여자는 순박하다며 얼굴을 마주하며

사진을 담는다

들춰도 드러나지 않는 한국여인

내면의 미학같이

감춰도 드러나는 하얀 빛과 향기가

서두르며 가는 공원 발길을

멈추게 하고 있다

비 유월을 적시다

 

김 익 택

 

 

지우려해도 지워지지 않는 상흔을

비가 씻고 씻는다

잊으려해도 잊어지지 않는 아픔을

초록이 덮고 덮는다

그렇게 칠십여년

6.25 전쟁 살아남은 자

아흔을 넘긴 나이 되고

손자들에게 전쟁 얘기는

고리타분한 꼰대들의 얘기 되었다

그래도 사실은 사실인 것이고

역사는 역사다

세월에 퇴색되지 않는 것이 있었던가

하지만 역사는 사실이다

해마다 유월오면

고귀한 선열들의 정신

이해는 못하드라도 고마움을 생각하고

소홀 하드라도 추모는 해 주었으면

그래서 유월에 내리는 비는

죽어서 사는 생명의 비

그냥 비 아니다

6,25 그 날

 

김 익 택

 

의문속으로 떠난 사랑이

무소식이 되어 돌아오는 날

총알을 타고 떠난

남자 영혼이

황토 도로를 휩쓸었다

얼굴이 하얀 남자와 검은 남자들이

이억만리에서 날라 와

이유도 모르는 채

분노한 화염속으로 돌진했다

6월 숲속에서

뻐꾸기는

내가 살기위해 형제도 죽이는 것이

삶이고

배신은 사랑이다 라고

따발총을 쏘며

쇠 뇌 교육을 시켰다

요즘 사랑세태

 

김 익 택

 

사랑이 목덜미를 잡았다

잠자리는 달콤했지만

돈의 속성이 말 꼬리를 붙잡고 늘어졌다

사랑의 올가미는

상상을 초월한 고통을 주었다

대게는 성격차이 문화차이 이유를 달았지만

금전보상 아니면 의미 없었다

좋을 땐 바람과 비가 하나 될 수 있어도

나빠지면 낮과 어둠뿐이었다

평소엔 웃어 넘길 수 있는 말이

상대방 유불리의 이유와 사유가 되고

실 수의 말 한마디는

법원의 증거로 채택되어

비수가 되고 총이 되었다

인연이 악연이 되고

사랑이 원수가 되는 건 순간

하지만 해결은 간단했다

사랑을 살수도 있고 팔 수 있는 돈

그것이 행복이었고 사랑이었다

 

그러므로 사랑은

 

김 익 택

 

 

내가 싫고 네가 싫을 때도

그대 내속에 있기에

아주 잠깐

내가 나를 팽개칠 수 있을지라도

그대 향한 사랑은 버릴 수 없다

그러기에 기다림은

무모함 아니라 무안한 행복

그대 사랑 무엇인지 알 수 없음에도

그대 속에 내가 있기에

기다림과 아픔은 부패하는 것 아니라

숙성하는 과정

그러므로 그대는

내 뇌리속에서

나날이 새로운 그리움으로 살고

내 깊은 심장에서

늙지 않는 사랑으로 산다

치자꽃의 미혹

 

김 익 택

 

 

저 하얀꽃은 무슨 꽃일까

장미를 닮았고

모란을 닮은 하얀꽃

이름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

나만 아니다

눈에 익었지만 생각나지 않는

그 꽃을 앞에 두고

그윽한 향기에

지나칠 수 없는 사람들이

장미보다 짙다

모란보다 아기자기하다며

저 마다 느낀 마음을 풀어 놓았다

그 시절 유월의 초병

 

김 익 택

 

 

초소 야간 경계근무 중에는

반짝이는 별을 보며

반달 노래로 향수를 달래고

산야를 누비며 고된 훈련 뒤

짧은 휴식시간에

향수를 저격하는 그리움들은

고향 생각 노래를

귀청을 찢는 소리와

화약 냄새가 진동하는 싸움터에 출정할 때는

애국가를

날마다 죽음과 삶의 갈림길에 남은 것은

선 보다 악 사랑은 사치

순간순간 내가 살기 위한 온 몸은 살인 무기

목적은 하나

살아도 이겨야 하고 죽어도 이겨야

의미가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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