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로 이사한 참새

 

김 익 택

 

 

그 옛날 논밭에 벼와 수수 쪼아먹던

참새 지키던 허수아비 농약에 사라지고 난 뒤

그들도 안전한 먹거리 찾아

도시로 이주했는가

도심을 가로지르는 해반천에

참새때들이 가득하다

아니면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의 여유

자연보호를 그들도 아는 가

공원 강가에 각종 나무 열매들이

땅에 떨어져 쓰레기가 될 때까지

지천으로 늘려 있는 열매들 쪼아 먹느라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큰 슬픔

 

김 익 택

 

 

고개 들어도 눈물이 솟아나고

입 다물어도 울음이 터져 나온다

하늘은 넓어도 보이지 않고

땅은 가까워도 어둡다

생각이 과거를 쫓고 그리움이 잘못을 반추한다

사랑을 받아도 사랑을 준 적이 있던가

꽃이 손짓하고 푸른 잎이 팔랑 가려도

생각이 길을 막았다

뇌리가 던지는 질문에

받아드리는 가슴은 양심의 질책 뿐이다

쥐구멍이 비좁아도 편안한 삶은

알아도 풀지 못해 쌓이는 업

모질게 자책해도 모자란다

나태는 서랍 밑 바퀴벌레

밤마다 쏟아져 나와 온갖 옮기는 전염병

눈에 안보이면 평화

마음과 행동의 거리는 멀어질수록

즐겼던 편안 삶

폭풍처럼 몰아친다

초록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는 봄

 

김 익 택

 

 

초록이 바람이 창문을 두드려

문밖을 보았더니

초록을 갈아입은 산이 손짓한다

늙음이 피로와 야합을 한 뒤

좋은 님과 데이트가 아니면

걷는 것은 회피

그것이 건강을 위한 산책이라도

피로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몸이 나약하고부터

꽃피는 봄이 산해진미를 차려 놓고 초대해도

청춘이 되돌리지 못하면

님이 불러도 가지 못해 반갑지 않는 나

먼 산 초록에 겹쳐 흐르는 지난날에

눈시울이 뜨겁다

참새의 추억

 

김 익 택

 

그 옛날 농부들의 유해조류 1호

말 많은 수다쟁이

미움과 증오 한 몸으로 받았던 참새가

자연회복을 부르짖는 시대에

세월이 전화위복을 만들었는가

추억과 그리움을 한 몸으로 받은 몸

그들이 싫어해도 내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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