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가 하는 말을

 

김 익 택

 

까까카카카실카까카실

그가 나에게 다가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조심하라는 말인지

행운이 있다는 말인지

평소 무서워서 가까이 오기는 커녕

도망가기 바빴는데

가까이 와서

오묘조묘 뜯어보며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

내가 알고 있는 생각 상상 모두

떠올려도 알 수가 없다

그 옛날 엿장수

아이들 불러 모우는 가위질 소리 밖에

산책의 즐거움

 

김 익 택

 

까치가 놀고 까마귀가 지저귀는 산책길은

다리가 피곤해도

이마에 흐르는 땀 씻어주는

솔바람이 반갑다

오솔길엔 어제 보지 못했던

작은 씀바귀 꽃을 보고 내가 웃는다

의미 없는 사소한 얘기는

믿음이 있어 외롭지 않고

그렇고 그런 삶과 자연의 대화는

이해와 사랑이 있어 즐겁다

의심 없는 사랑

 

김 익 택

 

사랑은 언제나 자유를 선호합니다

나 아니면 알 수 없는 내 마음을

속이는 행위는

공소시효가 없는 것 아니라

문득문득 떠 오르는

양심의 가책을 묻는 가시 다름없습니다

목마르다고 아무 물이나 마실 수 없듯

배고프다고 마음대로

남의 음식을 취할 수 없듯

정제와 통제는

옳고 그름 확실한 필요충분 조건

그 다음의 행위는

의심 없는 참사랑입니다

산책길과 까치

 

김 익 택

 

유월의 푸른 나뭇가지에 앉아

산책하는 나를 보고

까치 한 마리 울고 있다

표정도 소리도 한결같다

아니 우는 것인지 노래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뜻밖에 관심이 답답하게 해

산책길이 홀가분하지 않다

배 고프냐 나 가진 게 없는데

저기 땅바닥에 새까맣게 떨어져 있는

벚나무 열매 있던데

매실도 많이 떨어져 있고

지렁이도 있고

배고프면 저쪽으로 가 봐라

돌아섰지만

까치의 가위질 소리가 자꾸 거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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