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지어 살면 고향

 

김 익 택

 

시간은 영원하지 않죠

떠나면 안돼요

철새가 아니라면

정들면 고향이 되는 곳이지요

그대와 나는 사랑의 씨앗

꽃피우고 열매 맺고

씨앗이 싹이 트면

그들의 고향이 되는 것이지요

변해야 발전하고

적응해야 안정이 유지되는 법

사랑한다면 뭐가 문제 되겠어요

그들도 언젠가

새로운 세계를 개척해야 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합니다

내가 손과 발이 닿도록 집을 짓는 것은

그대와 내가

그 기초 만들어야 할 의무를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지요

위대한 딱따구리 부리

 

김 익 택

 

 

새소리 바람소리 아니면 조용한 산속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다다다다 탁탁탁탁

이 깊은 산속에서 누가 나무를 패는 걸까

이쪽인지 저쪽인지 알 수 없는 산을 쩡쩡 울린다

 

소리는 의문을 낳고 의문은 공포를 낳아

머리가 쭈빗쭈빗 선다

 

하지만 그 의문 알고 나면 안도의 한숨보다

놀라움을 금치 못 한다

 

어떻게 애기 주먹보다 작은 몸으로

어떻게 연필보다 작은 부리로

크고 단단한 나무에 구멍을 파며

이산 저 산 울릴 만큼 소리가 클까

 

보지 않으면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입이 쩍 벌어지지 않을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야 해요

 

김 익 택

 

 

그대 잊어 달라 했지만

나는 그럴 수는 없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그대뿐입니다

기껏 살아야 백 년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야 해요

그대가 좋은 사람 만나라고 하지만

난 그대가 그대 나를

사랑한다는 걸 압니다

그대 건강이 짐이 될 뿐이라 말하지만

그래요 살면서 불편 점 있겠지요

하지만 사랑을 짐이 될 수 없어요

사랑은 나누는 것이고

사랑은 베푸는 것이지요

우리 서로

아픔은 나누고 사랑은 베풀고 살아요

그러니 부담 갖지 말아요

그대 아픈 몸 내가 보살펴주고

내 아픈 맘 그대가 안아주세요

그러면 되는 거죠

 

딱따구리 열정

 

김 익 택

 

 

먹이를 쪼는 것인가

집을 짓는 것인가

탁탁탁탁 고요한 숲 속에 도끼질 소리

정적을 일깨운다

저기 있다 저기 죽은 하얀 나무

사람들이 모여 손짓하고 말을 해도

딱따구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끌로 파도 안될 것 같은

단단하고 딱딱한 죽은 나무를

마치 부리가

60연발 소총인양

마구 쪼아 대고 있다

저러다 부리가 다치지 않을까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은

행동에 발길이 쉬이 떼지 못한다

창작을 한다는 것은

 

김 익 택

 

 

산통 없는 출산이 있었던가요

진통 없는 창작은 없는 것이고요

고통 없는 예술은 없는 것이지요

노력은 해도 실패는 필수

고뇌와 사유는 친구

나만의 사랑 나만의 희망 그 앞에

믿음이 없다면 집념이 없다면

창작도 없고 예술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지요

처음 시작은 취미로 재미삼아 하는 것일지라도

삶의 전부를 거는 도전 아니면

사랑받는 작품 어렵습니다

내가 만족할지라도 독자는

매의 눈이며 개의 코 그 보다 더 정확한 평론가

먹거리를 두고

영양분석 상품상태 가격 그리고 맛을

비교하지 않는 주부가 있던가요

하물며 예술작품은

정신을 함양하는 감동 없으면

단 한 푼의 동정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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