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사 꽃무릇은
김 익 택
참 이슬 머금고
꽃무릇이 피는 9월
은하사 입구는
온통 붉은 미소천사
봄부터 겨울부터 가을까지
흔적조차 없다가
여기 저기 잎도 없이
줄기만 쑥 나오더니
꽃을 피운다
대낮인데도
키 큰 나무그늘에 가려
어두컴컴한 곳에
빛이 없어도
고뇌와 인내의 아픔을 겪은
삶같이 가슴이 아리도록 붉게 핀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숨가쁘게 피어서
흔적없이 사라지는 15일
너무 붉어서 느껴지는 이미지
세상에 더 없는 항변
전하지 못한 그 어떤 삶의
막연한 물음을 어림짐작 할 수 밖에
꽃의 미학 그 한계는
김 익 택
그대 단아한 아름다움
어디서 왔을까
그대 풋풋한 향기는 또
어디서 왔을까
땅을 우려먹어 싹을 틔우고
하늘 빛을 우려먹고 피운
마음을 울리는 빛은 어디서 왔을까
내 눈에 비친
조화로운 미학과
고요하게 스며드는 향기가
쉬이 표현할 길 없다
수용의 한계 너머
잊고 있던 설렘 젊은 어느 날을
들춰내어 그립게 한다
꽃에게 무례
김 익 택
저 꽃은
어른 어린아이 가리지 않고
미소를 보내는데
나는
앎을 지식으로 포장하고
사랑을 지혜로 위장하여
관심이 사랑이랍시고
허락없이
그대 고운 모습 담기 바쁘다
꽃 무릇 빛은
김 익 택
사랑 그 아픔의 깊이가
저처럼 붉게 했을까
이별 그 슬픔의 깊이가
저처럼 붉을 까
붉음이 지쳐 눈이 아리고
붉음이 깊어 가슴 아픈
잔인한 빛이
도도하게 웃고 있다
전설이라 해도 이해가 안 되는
사랑의 빙점 그 끝에서
꼼짝 못하고 서 있는 나그네 가슴을
하늘 바람이
온몸 후련하게 훑고 가도
가슴이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