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김 익 택)
7할의 태양이
너를 웃게 하고
3할의 바람이
너를 살찌우는 너는
여름의 전령사
바람 한 점 없고
목마른 태양
한나절 없었다면
아파도 모르고
좋아도 모르는
새 아침의 맑은 미소
볼 수 없을 지도
모르는 일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 잡듯
허술한 울타리 지지대
꼭 잡고 곡예 하듯
해맑게 웃고 있는 너를
보고 있으면
짧은 아침이 애처롭다
짧은 이슬이 안타깝다
가을 꽃이 아침에 우는 이유
김 익 택
꽃이 아침에 우는
이유는
이슬이 차가워서 우는 것이 아니고
서리가 차가워서 우는 것이 아니다
환한 빛이 반가워서 울고
어둠 밤이 무서워서 울고
예쁘게 피어도 몰라주고
짙은 향기를 피워도 몰라주는
무관심 때문이다
달 없는 밤은
잎 뒤에 나비가 떨어서 두러웠고
달 밝은 밤은
여치가 가지에 앉아 구슬피 울어 더 외로웠다
무심한 비바람은 심술쟁이 나그네
적막한 정적은 비밀스런 언어 방해자
사랑은 외로운 기다림 끝에 얻어진 울음의 끝
저절로 피는 꽃은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