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회상
김 익 택
옛날에는 지독하게 가난했지요
네 집 내 집 가릴 것 없이…
부잣집에 살다 시집 와 보니
겨우 입에 풀칠을 면할 정도였지요
때는 6,25 전쟁 끝이라
지독한 흉년과 싸워야 했고
가난과 더부살이를 해야 했지요
삶의 희망이 보이지 않았지요
겨울의 소쩍새
봄 날의 두견새
여름의 꾀꼬리
가을의 까마귀
어디든지 날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그 새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요
앞으로 봐도 산 뒤를 봐도 산
보이는 것은 모두 산 산
희망의 물음은 산에 부딪혀 메아리 되어 돌아오는 울림뿐이고
이 돌에 맞아 깨어지고 저 돌에 맞아 떨어지는 산골짜기 물과 같았지요
사는 것이 다 그랬지요
그래도 모진 목숨이라 살았지요
부잣집에서 시집와서 고생한다며
먹는것 입는 것 애 아버지도 보다 더
신경써주신 시아버지 말씀에
서운한 맘 모두 봄 눈같이 녹았지요
넷 낳아 하나 죽고 셋
고생 참 많이
시켰지요
스물에 시집와서
낮에는 논밭에서
밤에는 삼베 짜고 무명 배 짜서
시장에 내다 팔며 살았지요
큰 아들 하나라도 눈 뜨게 하려고 도시로 이사 나와
그 해 셋째 아들 구야
이웃집 아이 사탕이라며 준 옷 좀 약
나프탈렌 먹고 죽고
애 아버지는
경부고속도로 교량공사에 떨어져 머리 깨지고
다리 부서지는 반신 불구가 되었지요
꿈은 산산이 부서졌지요
거지와 다른 없는 고생 이루 다 말 할 수 없었지요
보상 요 옛날에는 없었어요
고향 논 밭 팔아봐야 일 년 병원비도 안되었지요
고생 10년
살만 하니까
애 아버지 무면허 택시에 치여 죽었지요
보상 요 불법 차량인데 뻔하잖아요
죽은 애 아버지만 불쌍하지요 사는 사람은 또 사니까요
그렇게 살다 보니 내 나이 팔순 넘어
지금은 바람도 무겁고 기억도 무거워요
이제 소원은 단 하나
자는 잠결에 죽었으면 해요
자식들 짐 안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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