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집에서 하루
김 익 택
아버지 집에서
아버지를 볼 수 없습니다
그 집에서
아버지의 얼굴은
별빛 속에서 찾아야 하고
그 집에서
아버지의 목소리는
바람 속에
귀 기울여야 들을 수 있습니다
그 집에서
아버지의 얘기는
어둠 속 저 편
기억의 골짜기에서
걸러내야 하고
그 집에서 피는
들꽃 한 송이
그 집에서 배회하는
나비 한 마리는
동심의 추상 아니면
아버지의 환생
미안한 그리움입니다
그 집에서 누워
하늘을 보면
별과 바람과
어둠과 벌레 소리
서걱대는
갈대 소리까지
양심을 묻는 것 같아
허한 가슴 매양 무겁습니다
그 집에서
담배 한 개비
재빨리 타 들어가는 모습도
쉽게 잊고 사는
은혜와 사랑을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여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삶의 교훈 같아
저절로 숙연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