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 잔 떨구고
(아버지 산소에서)
김 익 택
당신 가슴
풀밭에
소주 한 잔 떨구고
당신의 마음 밭
허공에
그리움 마음 하나 던져 놓고
그냥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바로 본 하늘은 맑고
바람은 푸르지만
새털 구름은 무겁게 보였습니다
보리 개떡
보리 죽도 배불리 먹지 못했던
당신의 5월은
반가움도 짐 된다고
외갓집도 가지 말고
큰집에도 가지 말라 했던
내 유년의 5월이었지요
이제
지난 한 세대의
5월은 살아 있는 전설의 속의 얘기입니다
지금 5월의 아이들은
갖은 음식 살찌고 병 될까 먹이지 않습니다
그런 저런 자식 걱정에 애태우는
지금의 나를 보며
못 먹어서 야위었던
아버지의 5월이
오늘 따라
따가운 햇살이 더욱 슬프고
진한 초록이 더욱 무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