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포천의 새벽풍경
김 익 택
물의 신령 일까
고기의 혼령일까
비단 실루엣 안개
환영처럼 피어난다
붕어 메기가
연무 속에서
여기 저기
뛰어 올랐다 잠수하고
동쪽 산 마루에
붉은 태양이 조명처럼
버드나무 잎 사이로
빗살처럼 쏟아진다
화포천의 삶 -1
김 익 택
억겁의 세월
가슴에 묻고 사는 너는
언제나 말이 없다
찰나같이 살다간
사람
동물
식물
그들을 위해
희생한 1억년
살아도 죽음 같이
죽어도 삶과 같이
베풀며 살고
사랑으로 살았구나
화포천의 삶 - 2
김익 택
한 세월을 하루같이
삶과 죽음을 더불어 살았구나
양서류 설치류
삶의 마당
수생식물에게는
속까지 다 내어 주고
설쳐대는 물고기들은
어린 자식같이 품고 살고
먼 길 온 나그네 새
살점 쪼아먹어도
기꺼이 마다 않고
어머니 가슴으로 살았구나
한 세월 단 한번도
짜증내지 않고
한결 같이
너그럽게 살았구나
화포천의 새벽풍경 2
김 익 택
바람 한 점 없는 고요 속에
아스라히 피는 하얀 물안개
쏟아지는 붉은 빛
뛰어 노는 물고기
천연의 무대에서
빚어내는 오묘한 풍경
어느 혼령의 세계가
저리도 환상적일까
해 뜨고 안개 걷히는 시간 20분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꿈 같은 풍경
짧아도 너무 짧고
아쉬워서 너무 짧다
가시지 않는 감동
마음에 남겨두고
돌아서는 발길에
떨어지는 감격
표현 할길 없어
발길을 돌려도
고개가 돌아가고
참아도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지금 화포늪은
김 익 택
수면을 잠식한 노란 어리연
하늘을 수놓듯 노란 꽃밭이다
창포가 춤을 추고
개개비 박새 황새가 노닐던 그곳에는
시기하는 총각같이
베스가
수면위로 튀어 올라
꽃밭을 난도질하고
핫바지 어부
노 저며 노래 부르던 그 자리에
제 구역을 순찰하는 똥개같이
황소개구리가
유유히 떠다니며 늪 동태를 살피고 있다
화포천 사진가
김 익 택
회포천에 눈 내리면
만사 제쳐두고
미친 듯이 달려가
늪지대를
동분서주하는 사람 있고
화포천에 물안개 피면
새벽기도 가는 사람
그 보다 더 간절한 소원 갖고
늪지대를 어슬렁거리는 사람 있다
화포천에 어리연 피면
술 취한 이태백같이
지는 해 저녁 놀에 반해
화포천 다리에 올라
석양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사람 있고
화포천에 비 오면
불효 청개구리같이
어서 달려가서 화포천 수로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사람 있다
화포천은 어머니 품
김 익 택
화포천 내리는 비는
북방에서 날아오는
철새들의 반가운 눈물
남방으로 날아가는
철새들의 이별의 눈물
이 모두 품고 있는 회포천은
어머니의 품속이다
화포천에서 사는 삶은
언제 누구에게나 평등
절망 슬픔 아픔까지도
기꺼이 포용하는 어머니 꿈이다
화포천의 모든 삶은
내 운명
내 삶의 몫
내 삶의 터전에서
베풀 수 있는 한계 그 너머
더 나누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살신성인이다
넓은 늪 맑은 물엔
어느 때는
구름이 쉬어 가고
어느 때는
바람이 놀다 가고
어느 때는
저녁 놀이 회포를 풀고 가는 그 자리에
찾아오는 철새들에게
타향 귀향 가리지 않고
백 년 손님같이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