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가슴에 바람이 분다

 

김 익 택

 

 

 

 

 

가을오면 내 가슴엔

바람이 분다

이유도 목적도 없이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인 추억들을

마구잡이로 소환한다

등교 길에서 마주친 예쁜 소녀

하교길에서 마주친 고운 누나

순서도 없고 대기도 없이

기억의 창고에서 방출을 한다

피는 꽃은 향기롭고

스치는 바람은 부드럽듯이

생각없이 예고없이

가슴에서 부는 가을 바람은

언제나 아쉽고 그립다

 

 

 

이슬의 신비

김 익 택

 

 

 

저 꽃에 맺힌

이슬방울에

비치는 우주가

작아서 경이롭고

영롱해서 신비롭다

 

해 뜨고 나면

사라지는

잠깐 그 사이에

여치에게는 한 방울의 생명수가 되고

잠자리에게는 한 방울이 죽음 같은

무거운 짐이 되는 것인데

짧은 그 시간 삶이 깊다

 

이것이 삶이다

깨달음 밖의 삶들에게

편애 할 수 없고

형용할 수 없는

수심에 찬 나를

이슬방울들이 바지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고 있다

하기 좋은 남의 얘기는

 

김 익 택

 

 

 

 

 

바람이 전하는

꽃 향기는 믿어도

바람이 전하는

꽃의 밀담은 믿지 마세요

나의 일이 아니면

너도 나도 웃고 즐기는

가십거리

웃고 즐기는 만큼

그에게는 더 깊은 상처

언젠가

나에게 돌아올 땐

울음으로 막을 수 없고

우울증으로도 막을 수 없을지 모릅니다

 

너희 둘은

 

김 익 택

 

 

 

 

 

바람과 구름

너희 둘은

닮지 않아도 닮은

같은 속성의 무리

 

가을 바람 봄 바람

너희 둘은

시간 달라도

같은 꿈을 가진 시간차 여행객

 

인내와 기다림

너희 둘은

단어가 달라도

아름다운 믿음의 동반자

함께해야 이루어지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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