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국의 향기
김 익 택
찬바람 불고
나뭇잎 우수수 떨어질 때
하얀 서리
머리에 이고
피는 황국
보는 사람 모두
아름답다
안타깝다는
그 말
가당치 않다는 듯
흩뿌리는 꽃 향기가
소리 없이 던지는
삶의 질문 같아
문득 되짚어보게 되는데
차가운 바람이
귓불을 때리며 지나간다
지지 않는 꽃
김 익 택
흐릿한 기억 속에 떠오르는
그 소녀는
언제나 웃고 있다
그 소녀 와 나
아마도
내가 모르는
어느 시대
말해도 이해 못하는
인연 있어
또 어느 시대에서
만나기 위한
업을 닦는 것일까
영원히 시들지 않고
지지 않는 것을 보면
있었지
김 익 택
빨리 떠나가는 그대가 싫어서
파란 하늘이 슬프게 보일 때가 있었지
온 언덕을 하얗게 수놓은
구절초 꽃들이 외롭게 보일 때가 있었지
허전한 가슴을 온통 향기로 채워주는
국화향기가 싫을 때가 있었지
네가 없는 맑은 파란 하늘에 흰구름은
있어도 허전하고
네가 없는 들꽃은 피어 있어도 애처로워
눈길이 아팠지
누구나 좋아하고
누구나 행복하게 하는 단어
사랑
네가 없으면
봄은 슬프고 가을은 외로울 뿐
삶의 의미는 하룻밤의 꿈
서쪽을 하늘을 달려가는 새벽 달
뒤 담화가 될 수밖에
씨앗의 꿈
김 익 택
저 떨어지는 꽃잎이
대지를 존경하는 계절이 돌아오면
날라오는 철새
빈 들에서 아침 밥상을 찾느라 바쁘다
멀리 이국 땅 이민을 서두르는
들풀의 씨앗은
몸단장을 하고 미소를 띄운다
눈에 띄어야 산다
튼튼한 철새에게
내가 가야 할 곳
몽골 시베리아 미지의 나라
그곳이 어떤 환경인지 몰라도
뜨거운 위장 속에서 맷돌보다
더 강한 위산 속에
견뎌야 한다
그때까지
배설되지 말아 하고 살아야 한다
들 꽃
김 익 택
매양 건강하게 자랄 수 없고
청순 청초하게 필 수는 없지만
삶답게 살고 싶은 것은
삶의 진리입니다
무참한 예초기 칼날에 쓰러지고
무지막지한 제초제에 죽임 당하는
들꽃은 언제나 말이 없습니다
단 한번도
삶의 권리 주장하지 않고
단 한번도 저항하지 않는다 하여
아픔 없고 통증 없을까요
그래도 내년이면 다시 싹 틔우고 잎 피어
꽃 피우고 열매 맺는 삶의 의무 회피 하지 않습니다
찬이슬 먹고 찬바람에 꽃을 피우고
하늘에 감사하고 땅에 감사함을 않듯
꽃과 향기 잊지 않습니다.
아름답지 않지만 수수하고
고귀하지 않지만 평범한 그 꽃은
꽃잎은 차로 뿌리는 약으로
버릴 것 없는 가을이 주고 가는 작은 선물
누가 감히 그 꽃을
잡초라고 말 할 수 있을까
마지막 저 한 잎은
김 익 택
온다 간다
이 단어는 언제나 극적이다
아쉬움과 기쁨이 교차하는 순간이며
시작과 끝의 순서이기도 하다
이 가을에 끝에서
못 가겠다는 저항은
사랑 아니고 의리 아니다
진리를 거부하는 것이다
가을 창가에 앉아
김 익 택
떠나가는 가을 창가에 앉아
지난 향기를 들추어 봅니다
추억은
빨라서 아름다운 것일까요
아쉬움이 많아 그리울까요
앙상한 나무 가지 하나하나
수북이 쌓인 낙엽 하나하나
그들이
무언가 얘기를 하고 있지만
내 시각의 정보화가
두뇌로 받아들이지 못해
꼭 꼬집어 말할 수 없습니다
아니 벌써
뭉뚱그려 아쉽다 생각
외롭고 쓸쓸하다는 생각
그래서 어쩌지 못하는
그들을 위한 위로를 할 수 없어
내가 쓸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