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는 기다림의 미학으로 핀다
김 익 택
수로왕릉 담장에 늘어뜨린
붉은 꽃 능소화는
줄기 마디마다 피어
나그네 시선을 붙잡는다
시도때도 없이 드나드는 벌에게
줄 것 없어 미안하다는 듯
바래지는 붉은 빛이 아프다
비 내리면 비를 맞고
바람 불면 바람 맞는 동안
저도 몰래 시들어 떨어질 때까지
그래도 사랑은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육칠팔월 땡볕에서
변치 않는 절개같이 피고지고 있다
아이야 저 꽃의 꽃말을 아느냐 01
김 익 택
아이야 저 꽃의 꽃말을 아느냐
사랑이 무엇이냐 물으면
어렴풋이 떠오르는 이미지
언어로 형상화 하지못해
입안에서 우물 그리듯
이것이다 명료하게 말 할 수 없는 것이지
명예 영광은
하늘이 내려주는 축복
살기 위해 만나기 위해
아둥바둥 담장을 기어오르고
암벽을 기어오르려 하는 것인지
하지만
산다는 것은 기쁨
그 기쁨 연인에게 나누어 주라는 부탁
그 의미 새기면
삶은 기다림이 이고 기다림은 사랑 아닐까
아이야 저 꽃의 전설을 아느냐 02
김 익 택
아이야 사랑도 너무 아프면
죽은 뒤
또 하나의 사랑의 화신이 되는 법
기다려도 만나지 못한 사랑
죽은 뒤
후세 여인들에게
월경불순 산후질병 약이 되고
꽃 충이 눈에 들어가면 실명 한 다는 사실을
사실 아닌 지어낸 말일지라도
그것으로
의미 부여는 필요충분한 것 아닐까
그대 그리움 있어서
김 익 택
사랑하는 그대
내 곁을 지나쳐도 못 본 척
서둘러 고개를 돌린 것은
외면 아닙니다
심장이 뛰어서
발걸음을 돌렸지만
내 뒤통수에 눈
내 어깨는
당신의 눈동자
당신의 숨소리까지
일거수일투족 놓치지 않습니다
그때 돌아서 있는 나
내 양심은 세상의 악한 죄
저지른 것도 아닌데
두렵고 왜 그리 떨리는지 나도 의심스러웠습니다
사랑하는 그대
두 눈 똑바로 보고도
모르는 척 한 것은
무관심 아닙니다
너무 사랑한 나머지 두려워서
나도 모르게
딴청을 부린 객기입니다
말을 해도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고
웃어도 웃는 것이 아닙니다
그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나에게 끝없이 질문하고
내속에 불안 초조 양심불량이
불같이 따집니다
그러면서
당신 향한 레이저는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말없는 그대 발자국 소리
그대 그림자 그것만으로도
그대 맘 헤아려봅니다
그대 저 멀리 떠난 뒤
물끄러미 훔쳐보며
말 못할 아쉬움이 나를 책망합니다
아픈 사랑
김 익 택
너를 사랑해도 해도
나만 행복할 것 같아서
변명하고 돌아섰다
그 해 여름 그대는
김 익 택
하얀 모시모자의
물방울 리본
푸른 주름치마의
하얀 물방울 원피스
내 눈에 비친 그대는
걸어가는 한 폭의
르노아르의 풍경화이었지요
그대 목소리
목마른 무더운 여름
아이스크림이었고요
그대 발걸음은
맥문동 보라 꽃밭에
너울너울 날아오는
한 마리 제비나비였지요
해마다 맞이하는
8월15일 조국의 광복 기쁨
그 보다
그대 그리움이
더 간절했지요
그 해 여름은 그대에게
다가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 하루가 빨랐고
그 언젠가 내 마음을 아는
그날이 올 것이라는
꿈을 꿀 수 있어 행복했지요
내 사랑 어디
김 익 택
바다로 떠난 기차를 타고
하늘로 떠난 배를 타고 가면
만날 수 있을까
새벽 노을을 타고
저녁 무지개를 타고 가면
만 날 수 있을까
저 산 저 구름 너머
하늘 어느 끝자리
별을 지나 어둠을 뚫고 그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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