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김 익 택
비소리 여전하고
바람소리 여전한데
또 한세월이 흘러가네
지난 겨울은 춥고 사나웠어도
여름은 단 한번도 잊지 않고
비를 앞세우고 오네
가고 오는 것은
오직 너 하나 뿐·····
모두가 거기 그 자리인데
하늘이 그대로이고 태양이 그대로인데
너 혼자만 홀연히 와서
산과 들에 푸른 옷을 입히네
산도 들도 동물도
비도 바람도 구름도
있는 그대로 아쉬워하지 않는데
오직 사람들만 너를 보고
빠르다고 말을 하고
무심하다고 말을 하네
비는
김 익 택
산마루에 비 적시고
산골짜기 활기차면
산 둘레를 감싸고 있는
희뿌연 안개는
어머니의 넓은 오지랖처럼
새 생명을 품지
그 속에서 젖을 빨아먹고
하루가 다르게 토실토실 살이 찌지
대지에 비 적시고
강나루에 물이 차면
읍소읍소 맞이하는
많은 생물들은
반가움에 눈물 젖고
생기 돋는
저 들판의 눈망울들은
계절이 가기 전
열매 맺어 보시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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