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공원 맥문동

 

김 익 태

 

 

 

삼복 더위를

무색하게 하는

 

저 키작은

보라 꽃은

 

바람 한줄기에

쓴맛을 삭이고

 

비 한줄기에

신맛을 우려내고

 

햇볕 한줄기에

짠맛을 발효 시킨 것이지

보듬고 살다

김 익 택

 

 

북을 두드리듯

가슴이 매사에 떨리는 것은

내가 나를 믿지 못하는 불안 때문이고

앞길을 훤히 비추는 불빛 아니어도

갈 수 있는 길을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내가 스스로 이겨내지 못한 자신감 때문일 것이다

 

감 출 수 없는 진실처럼

 

저 산을 넘는 구름

내 안에 나오는 방귀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자연이다

 

내가 내 안에 썩은 오물을

보듬고 사는 것은

그 속에 삶 발효가 되고

발효가 힘의 근원이 되어서 마침이 될 때

보듬고 사는 것은 믿음

그 믿음은 곧 사랑이다

 

 

사랑했는데

 

김 익 택

 

 

 

 

비가 내리네

저기 우산을 받쳐들고 가는 숙녀가

창안에서 보고 있는

내 가슴을 적시네

달려가 말을 건넬 수도 없고

모른 척 돌아설 수도 없어

빗방울 튀기는 아스팔트와 얘기는 나누는데

인연 없는 슬픔

흘러가는 빗물에 마음 씻고

빗물에게

잘 가

숙녀에게

잘 가세요

그 말을

빗방울 소리에 묻어두고

그대 눈에 보이지 않는

건물 모퉁이 돌아설때

창문열고 나왔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눈물인지 빗물인지

슬픔인지 아쉬움인지

내 안의 고인

못한 말 꾸역꾸역 삼키며

그리운 그대는

김 익 택

 

 

그대를 처음 보던 날 나의 마음은 흐르는 시냇물과 같은 자연의 섭리는 아니었습니다

마음은 보이지 않아 감출 수 있지만 떨리고 붉어지는 감출 수 없는 얼굴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좋아서 어찌 할 수 없는 떨림과 설렘으로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식사를 하고

내 옷깃을 스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대를 향한 그리움 같지 않았습니다

 

배려와 존중이 호흡하듯

오직 그대의 그리움만 가슴에 스며들어 아쉽고 그립고 보고 팠습니다

그것은 엄마가 보고 싶어 잠 못 이루는 아이의 것과는 달랐습니다

얻어 맞지 않아도 아프고 누가 죽지 않아도 슬펐습니다

 

그리움은 바람이었고 상념이었습니다

계획도 없고 생각도 없는 멍 뚫린 상념에서도

그대 그리움은 문턱 없이 드나들었고 생각이 지쳐 괴로울 때도

그대 그리움은 일말의 양심도 없이 미련만 남겨두고 떠나갔습니다

 

그대를 만나고 돌아오는 날에는

이미 가고 없는 빈 골목을 바라보며 한동안 떠날 수 없었습니다

어둠이 사위는 저편 어딘가 그대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고

겹겹이 쌓인 저 빌딩 사잇길 그대 뛰어올 것 같아 발길을 함부로 돌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대를 만나지 못한 날에는

마음이 너무나 공허해서 한 잔의 술에 마음을 풀어 해쳤지만

채워도 채워도 빈 가슴이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가슴에 쌓이면 무거워서 발걸음을 제대로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것이 나타나서는 좀처럼 떠나지 않는 미움같이

좁힐 수 없는 거리 언제나 저 만치 있는 그대는

생각 하나하나 섬이 되고 구름이 되고 바람이 되었습니다

 

가슴에 쌓이면 습기 먹은 바람이 되어 답답하고

비워 두면 조바심이 나는 것이 그대 그리움이었습니다

본래 그리움이란 그런 것이라고

상념이 깊으면 깊을 수록 더 아쉽고 더 외롭게 되는 것이라고

자위하고 애써 태연하게 마음을 다져 먹지만 이미 실의 젖은 마음은 쉬이 안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내 맘 알아줄까 나 혼자만 생각일까 혼자 앓다가

내일 다시 만나서 얘기를 해야 한다고 수백 번 다짐을 하고

돌아 누우면 기대보다 불안에 속만 끓이다가 날이 새는 것이

어제이고 오늘이고 내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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