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홍매화 - 02

 


김 익 택


 

 

 

 

코끝이 시린 이른 아침

법당 문을 마주 보며 피는

통도사 홍매화는

나 홀로

근심 수심 닦는 스님

큰스님 법문에 깨어나듯

환한 미소같이 해맑다

 








봄의 전령사 

 

 

김 익 택 

 

 

 

 

자연은

봄의 전령사로 꽃으로 보낸다

그가 가진 최고의 아름다움과 향기로움으로

누구든 두려운 마음을 풀고 시작하라고

꽃으로 보내어 첫 인사를 한다

안으로는

겨울의 시련을

잘 극복했다고 위로하고

밖으로는 나 아닌 삶들에게 

환희를 느껴보라고

그가 가진 최상의 정성으로

너를 위한 나를 위해

자연은

삶을 시작하는 봄에 꼭

꽃으로 전령사로 보내어 인사한다






짧은 봄

 

 

김 익 택

 

 

 

 

빛으로

소리로

오는 봄은

맞이할 사이도 없이

황사가 얼굴을 가리고 

봄비가 기침 하는 사이

푸른 녹음이 도배를 하고 말았다

 


 





봄이 오는 소리  2



김 익 택




 

 

푸른 바람 

타고 온

나비 한 쌍

사랑싸움

봄 한나절에

어깨가 포근하다

 

얼음 녹은 

용소는

물소리 더 바쁘고

뻐꾸기 

울던 숲엔

진달래가 오지다

 

봄 햇빛

조는 언덕은

풀 향기가 더 짙푸르고

따사로운 놀이터에

아이들 소리로

온 동네가 시끄럽다

 






통도사 홍매화 - 01

 


김 익 택 

 

 

 

떨리는 손 잡아주던

따스한 눈길같이

배고플 때 

한입 베어 먹는 사과 맛같이

 

처마 밑 찬바람 맞으며

하얀 눈 머리에 이고 핀

통도사 홍매화는

 

자장율사 

경보

성철 큰스님 말씀같이

 

호통이다

참말이다

진실이다

배품이다

사랑이다







바람에게 물었더니

 

 

김 익 택



 

 

 

춘 삼월

영하의 바람에게

꽃의 성질을 물었더니

 

홍매화는

해맑다 하고

산수유는

따뜻하다 하고

진달래는

눈물이라 하고

동백꽃은

기다려서 반가운 꽃이라 하네요

 

꽃은 그렇게 

바람 꼬리를 타고

엎질러진 봇물같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에서

들에서

뜰에서

뒤 꽁무니를 물고 

늘어지듯 핀다 하드이다






이른 봄 풍경

 

 

김 익 택 

 

 

 

 

 

그림자 어슬렁거리는 오후

 

봄은 햇빛 속에서 

잉태하는 것일까

잠시 구름에 가리는 사이

 

머리 위 전신주 

귀를 아리게 울고

검은 가로수 가지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

따갑게 들린다

 

그 사이에

잔뜩 움츠린 아가씨

모자를 푹 뒤집어쓰고

앞만 보고

종종 걸음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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