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는 선구자 같이
김 익 택
야위어 말라가고 있는
키 작은
늙은 나무
한 그루
포동포동 살찐지
반세기 지난 60년
휘고 꺾이고
꼬부라지고
굴곡 진 삶
살기 위한 몸부림의 흔적
생생한 기록이다
거친 껍질
썩은 속
그 나무는
아직 대지는 얼어
새생명은 눈 감고
잠자고 있는데
홀로 피어
빛과 향기
검은 세상에
퍼뜨리고 있다
고매화의 의
김 익 택
썩고 뒤틀린
네 몸을 보면
말하지 않아도 알지
그래도
기어코 피고 마는 걸 보면
그대는
아집과 시기와 모함
그 한가운데
정의를 의심하지 않은 것이지
하물며
사람이 가져야 할 도의
사람이 지켜야 할 의를
저버린 것이 그대만 못해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지와 예
벗으로 여긴 것이지
매화의 교훈
김 익 택
몸 늙어
허리 뭉개지고
팔다리 썩어 부러져
남은 것은
혼 뿐
죽어도 꼭 지키겠다는
약속같이
손 마다마다 터뜨리는
꽃 망울
애틋하게 저미고
안타깝게 여미는
빛과 향기
저렇게 싱그럽고
저렇게 향기로운 것은
삶의 고귀함
생명의 존귀함
천상의 가르침
그 밖의 또
무엇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