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홍매화 - 03
김 익 택
검은 골기와가
어둠 걷고
법고가 귀 밝히면
가슴 깊이
숨어있던 번뇌
속속들이 들춰낸다
문풍지 사이로
새어 나오는
염불 소리를
엿듣듯이 피어나고
눈감아도 깨어있는
선방 묵음 방해될까
빛으로 피어난다
시린 가슴 닦아
나를 찾는 고뇌
아프고 외롭고 괴롭고
그리움을 이겨낸 덕음같이
밝고 맑고 붉게 핀다
통도사 홍매화 - 4
김 익 택
하루가 느긋해도
통도사 홍매화는
하루 해가 짧다
삼삼오오
모여드는 사람들
눈에는 미소가
입에는 와 소리가
끓어 지지 않는다
저 꽃 보고 있는 사람들
언제
근심걱정 있었던가
얼굴이 밝지 아니 한 사람 없다
극락세상 꽃이
제 아무리 아름다운들
저 꽃 보고 웃는 사람들
얼굴만 할까
부처님 말씀
들어보지 못해 몰라도
저 사람들 입에서
절로 터져 나오는
감탄소리만 할까
통도사 홍매화 - 5
김 익 택
통도사 홍매화는
겨울내 아팠던
인내의 보시인가
피 보다 붉다
먹 빛이 흐르는 밤
법당 연꽃 문살에
기대어 피고
밤바람이 매서울땐
흰 벽에 앉아 있는
달마대사
눈빛으로 피어서
푸름 없는 이른 봄
피보다 맑은 꽃을 피워
중생들의 소금 되어서
귀히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