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재고택 장독
김 익 택
울도 담도 없는
그 집
넓은 안마당에
가지런한 장독은
바람이 울고 가는
북풍 한파에도 정겹다
무작정 좋아하는 것이
사랑 아니듯
삶의 한계까지
참고 기다려
기어코
이루고 마는
인간 승리같이
비좁고 침울한
그 속에서
영하 찬바람은 응축시켜
나를 보호하고
삼복 불볕 더위는 부풀려
나를 위로하며
참고 또 참아
된장이 되고
간장이 되기까지
모진 시간은
어머니 가슴을
닮지 않고 서야
짜고
쓰고
단
깊은 맛을
낼 수 없는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