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동고분 느티나무의 실천사상

 

김 익 택

 

 

가상현실이 현실이 되는 디지털시대에

오래 살아서

삶의 덕목이 되고 존경받고 존엄까지 되는 건

공자왈 맹자왈 외우던 일세기 전의 일인데

그 옛날 부엌 아궁이에 밥을 짓고

소 죽을 끓이던 화목이 되었어도

몇 번을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못난 나무가 산 지키다는 옛 말 증인이라도 하듯

용하게도 살아남아

지금은 시청에서 사람보다 더 보호받고

사랑받는 수목이 되었다

오래 살았다는 건

오래 베풀었다는 의미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눈먼 3년 아니라

몇백년을 한결같이 침묵으로 살면서

지위고하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찾아주면 반겨주었으니

세상의 어느 군자가 너만 할까

단잠

 

김 익 택

 

 

한줌의 바람과 한줌의 어둠이

고개 숙인 삶들에게

부채도 내려놓고 희망도 내려 놓으라고

가을이 달밤으로 초대해도

삶에 지친 그들은

아름다움보다 더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다

날숨과 들숨이 회심곡을 부르는 사이

아리랑이 곡조가 깊이 잠들어도

잠들지 않는 코골이는

내가 말해도

내가 모르는 불만들이

아쉬움을 토로하고

행복했던 일은 하회탈이 웃으며

오늘 한 일을 내일이면 잊을 지라도

아쉬움과 즐거움을 끌어들여

의식이 현실을 꾸짖는다

개 꿈

김 익 택

 

 

아름다움의 끝자리엔 꿈 하나가 있다

 

그곳에 닿기 위해

사랑이 악어 가죽 코트를 입고

고슴도치 텐트를 쳤다

마음이 지구를 뚫었다

자유는 울타리도 없고

그 어떤 제한도 없었다

평화 사랑 나눔은 무한대

의심 의문없이

세상의 좋은 일 다 할 수 있었다

 

수만체의 집을 짓고 허물었다

부부싸움

 

김 익 택

 

 

이유와 사유가 불분명했다

서로 껍데기에 속았다고

내장과 내장이 옳다고 설렁탕을 끓였다

허공에서 부딪히는 침과 침사이

소음과 분진에 가시가 돋았다

가면을 쓴 믿음이

거짓이 진실을 모독했다

들추는 삶의 진면목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타협은 귀를 닫았고 양보는 눈을 감았다

악과 독의 대립은 아파트 문을 물어 뜯고

밖을 뛰쳐나갔다

더는 못살겠다

헤어지는 것이 어때

얼굴에 서린 독기에 믿음이 무너지고

살기가 번뜩이는 눈동자에 미움이 가득했다

심장에 피를 모두 소진한 뒤

안방에서 세상의 슬픔을 다 풀었고

베란다에서는 하늘을 보며 수체화를 그렸다

공원 금지구역에서

 

김 익 택

 

 

하늘이 놀고 구름이 노는 자유로운 그곳

 

일년내내 써 놓은 팻말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세요

꽃밭인가 위험지역인가

 

사랑하는 사람은

누워서 팔 배게도 하고

친구들과 나란히 앉아 얘기를 나누고

가족들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고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자유로운 풍경

가로막는 그들은 누구인가

 

하늘이 없으면 땅도 없고

사람이 없으면 잔디도 없다

 

사람을 위한 것인가 잔디를 위한 것인가

가을밤의 서정

김 익 택

 

 

꽃이 눈물을 흘리는 밤

굽은 등이 까맣게 탄 귀뚜라미가

달을 향해 고해성사를 했다

 

은은한 달빛의 위로는

딱딱하게 굳어가는

귀뚜라미 등을 비추었고

아직 덜 여문 풀 씨는

달빛에 고개를 숙였다

 

별 이야기를 담은 바람의 노래는

동화와 신화 사이를 오가며

천년이 지나도 이루지 못하는

사랑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구름속에서 얼굴을 내민 달빛은

웃어도 따뜻하지 않는

겨울이야기를 했다

 

달빛의 메시지를 알아듣지 못한 귀뚜라미는

매양 같은 소리로

잠 못 이루는 숙녀 창문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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