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바닷가에서
김 익 택
뒤에서는 어서 가자 밀고
앞에는 쓰러지듯 자빠지듯
하얀 눈이
바다에 자폭하는 날이었어
잊기 위해 찾아오는 바다
눈을 삼키는 바다 모습이
처음엔 포용하는 것 같이
아름답게 보이다가
어느 순간 공포로 보였어
먹고 먹어도 먹이를 달라고 하는
공룡의 아가리 같았어
그 모습 보며 벤치에 앉아있는데
자폭하는 눈이 기분을 묘하게 했어
저것이
죽는 것인지 화합하는 것인지
강자의 힘에 의해 용해되는 것인지
소주병을 나발을 불고 있는 내가
자폭하는 것인지 화를 푸는 것인지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눈은
자폭하는 것도 화합하는 것도 아니었어
눈은 자유로운 영혼이었어
바다는
그 영혼을 받아 드리는 품이었고
내가 마시고 있는 소주는
나약함을 잊기 위한 가식이었어
그 사실을 깨달으니까
내가 너무 슬펐어
내가 내 마음을
용해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까
상반된 마음과 몰골이 슬펐어
얼어 죽기 전에
빨리 집에 가서
그 해답을 찾으라는 듯
눈은 계속 내려
내 머리에 자꾸 쌓이는데
나는 선뜻 발걸음을 옮길 수가 없었어
저 바다에 떨어지는 눈같이
육체적인 고통과 정신적인 고뇌 모두
조용히 흔적 없이 용해되고 싶다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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