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루 해바라기
김 익 택
저 햇살속에
소고기 한줌이 있고
저 바람속에
산삼 한뿌리가 있고
저 꽃 속에
토종 꿀 한
숟가락이 들어 있는가
내 온몸을 비추는
따뜻한 태양
내 코에 스미는
향긋한 바람
내 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풍경
말로 표현할 수 없고
몸으로 형용할 수 없는
맛있고 배부른 포만감
숨 쉬는 동안
온몸에 차고 넘친다
구절초 인사 법
김 익 택
오서 오세요 안녕히 가세요
인사 없어도
무례한 손님
귀찮아 하지 않고
초대받지 않는 손님
기꺼이 맞이하는
네 미소를 보니
내가 괜한 걱정했나 봅니다
구경 잘했어요 고마워요
만나서 행복했어요
사랑한다 말 못 하고
못 들어서도
인사하고 돌아서는
내 뒤통수가 오랜만에
뿌듯했습니다
가을 잠자리의 최후
김 익 택
물에서 물로 돌아가는 잠자리가
아침이슬을 털고 순찰을 나갔다
가시 돋친 한삼넝쿨이 스크럼을 짜고 출입을 막았다
평상에 누운 빨간 고추가 윙크를 했다
햇살이 비추는 평상 모서리의 일광욕은
안전하고 짜릿했다
헬리콥터가 지붕위로 날아갔다
꼬리를 치켜든 잠자리가 헬리콥터를 경계했다
강아지가 하늘을 보고 짖었다
빈마당에 선수들이 모여 들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놈들이 나타나
두 눈을 부릅뜨고 자기구역이라고 쫓아냈다
힘이 밀린 잠자리 집 밖을 나오자
검은 제비 순시간에 낚아챘다
정든 고향 저수지엔 외눈 헬리콥터 굉음을 울리며
물을 퍼 날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