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이 오면
나는
김 익택
구월이 오면
나는
어질러진 맘
추스르지 못한
몽유병 환자처럼
바람길 따라 휑하니 떠나고 싶고
떠돌이 별처럼 무작정 밤길을 헤매고 싶다
구월이 오면
나는
잃어버린
그 시간에
붙이지 못한 편지처럼
내 안의 미련 발로 걷어차고 싶고
소금물에 내장 씻듯 내 머리 속을 말끔히 빨아 늘고 싶다
구월이 오면
나는
가슴을 뚫는
죽은 친구 소식처럼
북두칠성 술잔이 다 마르도록
기억 없이 정신 없이 취하고 싶고
눈알이 다 빠지도록 엉엉 울고 싶다
구월이 오면
나는
죽음을 위해 더 날뛰는
가로등의 하루살이처럼
지나간 시간 모두 모래밭의 썰물 같아서
길 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마구 투정을 부리고 싶다
구월이 오면
나는
그 옛날 동무들과
달이 차던 그 밤 그 자리에 모여서
밤새 깔깔거리며 놀아도 지겹지 않고
빈손으로도 반가운 그때처럼
이름 보다
너
야 부르며
진탕 한번 놀아보고 싶다
해마다
구월은
다시 오지만
빈 하늘에
기러기 때 바라보듯
다시 오지 않는 젊음은 가고
내년에 오는 구월이 먼저 그립고
가는 구월은 아쉬워서
구름 헤치고 달려가는 달을 붙잡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