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의 포자
김 익 택
고요한 밤
보름달이 뜨면
유령처럼 머리를 풀고
홀로 떠나는 여행
흙 냄새 따라 흐르다가
검은 나뭇가지에 걸리고
절벽에 떨어지고
이슬에 걸려 머무는 곳
그 곳에서 빌 붙여 살기가
죽기보다 어렵더라도
어둠이 가면 달이 차듯
사랑 여문 날이
올 때까지
몇 해를 기다리고
몇 해를 더 살지 모르는
수렁 같은 삶
마침내 싹틔우고
꽃 피우고 열매 맺으면
기억 속 그리움이
환장할 때
씨 톨 하나는 다시
바람의 어깨를 타고
먼 여행을 떠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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