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포천의 영혼

 


김 익 택 

 

 

 

 

 

지난 겨울

땅속

물속에서

살아도 죽음같이

숨죽이고 살았던

화포천 생명들

땅거미 가시 않는

봄날

이른 아침

아무도 모르게

뭍에서

숲에서

물에서

소리 없이 피는

물안개를 타고

뭍으로 걸어 나와

동트기 전

풀잎을 쓰다듬고

나무를 쓰다듬고

마지막 한방울

빛을 머금은 보석이 되었다가

삶의 기적

생명수가 되기 위해

다시

땅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그대 제발

(봄에게)


김 익 택




 

 

어제는 비처럼 가고

오늘은 바람처럼 왔습니다

 

계절이 짧다고 느껴지는 것은

일년이 지나면 느껴지는 것이고

 

세월이 짧다고 느껴지는 것은

10년이 지나면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행복했던 시간은 짧게 느껴지는 것이고

불행했던 시간은 길게 느껴지는 것이 삶입니다

 

그대 제발 가지 말아요

이른 봄 연 초록 푸름으로 남아줘요

 

그대 생각에 가슴 적시는 일

그대 생각에 향기 느끼는 날

 

나 이제 눈물 젖는 일 끝내고 싶어요

나 이제 향수 젖는 일 끝내고 싶어요







가지 못한 길

 


김 익 택




 

저기 계곡  

녹음이 지쳐 아름다운 숲길을

쉬이 눈길을 거두지 못한다

 

바람도 들어 갈 수 없고

비도 들어 갈 수 없을 것 같은

우거진 숲길을


언제가

내가 꼭 가 봐야 될것 같은

그 길을 

나는

우두커니 바라보며

앙상한 겨울을 생각하고

이른봄을 생각하고


그리고

되돌아 보면 아쉽고 허전한

나의 삶 숲길을 생각해 본다

 









철 지난 꽃


 

김 익 택



 

 

너를 보고 있으면

다들 집으로 돌아가고 없는 

빈 극장처럼

웃음도 외롭다

 

너를 보고 있으면

마무리 뒤에 나타나는

손님같이

반가워도 마음이 개운치 않다

 

너를 보고 있으면

끝까지 완주하는

꼴찌의 아름다움같이

말 못해도 동정심은 어쩔수 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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