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 꽃의 향유
김 익 택
꽃이 꽃이 되고 싶어하는 가을
메밀 꽃밭에는
아름답다 곱다는 말의 대잔치다
풍족해서 좋은 것은
삶의 생활만 아닌 듯
더 넓은 고수부지를 가득 메운
하얀 메밀 꽃밭에는
하루하루 바빴던 삶들의
찌든 눈 막힌 코를
맑게 씻어주고도 남는다
가을에 문 밖을 나오라하여도
김 익 택
코비드19가 입막고 코막아
노래를 즐길 줄 알았던가
만남을 반길 줄 았았던가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고
사람과 사람이 의심하는
의심이 습관화되는 사이
황폐해진 2년
계절의 왕 10월이
향기로 문밖을 불러내고
바람이 문밖을 불러내도
내 맘 같지 않는 사람들
거리를 유지한체
눈 인사가 어색하다
정오의 가을 풍경
김 익 택
바람속에 숨은 더위가 회를 치는
정오 가을
빨간 고추가 햇살을 발라 먹는다
나무에 달려있는 것 보다
따야 더 붉은 대추가 내 안의 당분을
더욱 압축하려고 오징어구이 춤을 춘다
껍질을 깎인 떪은 감이
찬바람을 기다리는 동안
가을 햇살이 붉은 사과에 깊은 키스를 한다
가을이 가는 길목에서
김 익 택
사랑의 상처가 아물기 전
찾아오는 이별은 무슨 인연일까
칭찬 없으면 반가움도 머슥한데
웃어도 풀리지 않고
울어도 풀리지 않는다면
정신줄을 놓고 웃어야 풀리는가
가지말라 오지 말라 하여도
오고 가는 계절은
놓아줘도 아쉽고 붙잡아도 아쉬운 법
잃을 수는 있어도 잊을 수 있는 것이
이별이라면
모순의 불일치를 악으로 저항하리라
가을 밤비
김 익 택
우산을 쓴 가로등이
시를 읊고
옷깃을 세우고
걸어가는 가로수가
노래하고
빗방울은
젖은 낙엽에
가을 편지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