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그냥 아니다
김 익 택
감당하지 못할 큰 아픔도
주체하지 못할 큰 행복도
오늘 지나고 나면
모두 소중한 삶의 경험
누구는 아픔을 따뜻한 말 한마디를
평생 잊지 않고
누구는 잊기 어려운 아픔으로 기억하고
누구는
가슴을 후려치는 해학풍자가
기쁨 슬픔을 모두 해소하는
카타르시스가 되는 것인데
오늘 하루
이해와 오해 진실과 거짓
있어도 없는 듯 내 몸속 기생충처럼
기억 없는 하루가 될지라도
소중한 하루 그냥 하루 아니다
구월의 선물
김 익 택
매년 더위 매년 가뭄
매년 홍수 매년 태풍
있어도 없었는 듯
추억의 뒷장에 접어두고
9월을 맞이하네
무엇 하나 가볍지 않은
9월의 삶들을
바람은 황금 들판 머릴 쓰다듬고
태양은 과일의 붉게 볼을 어루만진다
네 것 아니고 내 것 아니어도
생명의 근원인 태양과 바람과 비가
대지에 근면성실의 선물 보따리를
펼치고 있다
가을 바람이 외출하는 날
김 익 택
태양의 명령을 알아들은
바람이
외출을 떠났다
하루해가 짧은 과일 나무는
한줌의 햇살이 아깝다며
바람을 폭풍 흡입을 했고
좋은 듯 아쉬운 듯
잎을 살랑대는 활엽수는
노랑과 붉은 빛으로 맞이했다
속은 듯이 빨리
산그림자 드리우자
기러기는 달빛 타고 호수를 찾아갔고
풀섶에 귀뚜라미는
밤이슬을 맞으며
세레나데를 불렀다
]
추억이 그리움을 추궁하다
김 익 택
그대 떠난 자리에
흔적을 지웠는데
나만 홀로
전봇대가 되어 어두커니 서 있네
아무 잘못 없고
부끄러운 일 아닌데
이유 없고 목적 없는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이
바보 바보라고
내가 나에게 질책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