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공원 피안의 꽃밭
김 익 택
광활한 대지의 화원만
아름움을 압도할까
사람 발자국소리 잦고
사람들의 호흡에서
탄소 가득한 공원 모퉁이
작은 공원
탐스럽게 핀 꽃의 아우라를
내 눈으로 모두 담을 수 없고
내 마음으로 다 느낄 수 없다
어려운 환경에서
꽃다운 꽃을 피운 모습 보고 있으면
내가 그대에게
잘못한 일 없어도 미안하고
그대가 내게
도움 준 것 없어도
고맙다는 말 저절로 하고 싶다
피안의 세계가 있다면 이런 곳 아닐까
홀로 생각해 본다
가을은 누군가 그리운 계절
김 익 택
유리창에 이슬이 눈물같이
흘러내리면
거리는 온통 낙엽엽서
한쪽 어깨가 시린 연인들은
이유도 없이 거리를 나와
노랗게 물든 가로수에게
여름을 묻는 가을은
빈손이 더 아름다운 계절이다
지난 여름 정염이 맺어 놓은 울음같이
발가벗은 차가운 바람에
시린 나머지
마지막 향기를 흩뿌리는 들국화처럼
죽음까지 다 주고 가는
쓸쓸해서 더 아름다운 계절
달빛 타고 날아 오는 기러기 떼
높고 푸른 그 너머 이야기같이
눈을 뜨고 눈을 감고 있어도
누구나 숨겨둔 그리운 사람같이
가을은 낡은 메모지에
유언 같은 시를 쓰는 싶은 계절이다
가을은 목마름이 되어
김 익 택
님이여
가을 들녘을 걷거들랑 서두르지 마라
가을은 모두가 외로운 처지
가을은 아가의 보드라운 손으로도 부셔지는 것들뿐이다
목타는 나뭇잎은 웃음소리에도 부셔지고
한줌 따뜻한 햇살에도 부셔지는 속살이다
님이여
가을 들녘을 걷거들랑 풀잎 하나 함부로 밟지 마라
노을에 물든 초원이 붉은 것은
마름이 아파서 멍든 자국이고
호호백발 갈대가 갈퀴를 흔드는 것은
늙기 싫고 떠나기 싫은 두려움이다
님이여
가을의 들녘을 걷거들랑 웃지도 말고 울지도 마라
엄마의 품처럼 노을이 제 아무리 아늑하게 품었다 한들
아픈 마음까지 품은 것이 아니다
한 점 바람이면 모두가 드러나는 법
들리는 소리소리 모두 아쉽고 서러운 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