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숲
김 익 택
비 오는 밤은
나비에겐 삶은 곡예
의지 할 곳은
일엽편주 같은 나무 잎사귀 뒤편
안간 힘을 다해 매달려 보지만
좌충우돌 떨어지는 빗방울을 피할 수 없다
그래도
믿을 곳은 나뭇잎뿐
모진 비바람에 나뭇잎이 떨어지지 않는 한
비바람이 사정없이 귀때기를 때리고 오장육부를 흔들어대도
죽지 않은 한 놓지 않는다
나비는 비를 알고 숲을 알고 비를 알기 때문 일 게다
비가 와야 새싹이 돋고 나무가 자라고
그 풀잎을 먹고 산다는 사실을
어둠은 땅속의 생명과 같다는 사실을
그래서 나비는 평생 숲을 떠나지 못한다
나비야 너는
김 익 택
나비야
너는 무슨 꿈을 꾸었느냐
봄 꽃
아지랑이 피는 언덕
촐랑대며 날라가는 너
님 찾아가는 길에
절로 신나는 어깨 춤이더냐
아니면
둥실둥실 날아가는 너
님 마중가는 길인가
남 찾아가는 길인가
내 눈에
날라가는 너의 모습
이성에 맺지 못한 사랑
한 풀어주는
살풀이 춤아
보고 있는 나 마음이 가볍지가 않네 그려
한 쌍의 나비
김 익 택
하얀 나비 한 쌍
아지랑이 피는 숲을 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공원 모퉁이 화원에
꽃 나들이 한다
산다는 것이 즐거운가
살아있다는 것이 행복한가
어디 한 곳
싫은 모습 찾아 볼 수 없다
경쾌하고 상쾌한
그 모습 보고 있는 나
의심 할 정도로
아름답다
사랑스럽다
꽃과 나비
김 익 택
그 어디서
날라오는지
바람이 길 안내하는
향기 따라
찾아오는 나비들
꽃잎에 앉아
꿀을 따는 모습
나비가 꽃인지
꽃이 나비인지
원색의 조화로움이
설명할 수 없이 아름답다
가을 꽃이 나비에게
김익 택
나누어서 흐뭇하고
받아서 행복한 선물 같이
가을의 꽃은
행복의 메신저인가
알록달록 예쁜 옷
차려 입은 꽃을 보고
폴폴 날라오는 나비
어깨춤이 가볍다
그 풍경보고
활짝 웃는 연인
꼭 잡은 두 손에
땀이 촉촉하다
그 꽃 넌지시 바라보는
어떤 중년
잊고 있던 추억이 그리운가
미소가 짙다
나비의 마지막 외출
김 익 택
바람속으로 떠난 꽃의 향기가
굶주린 나비의 코를 자극했다
겨울을 재촉하는 찬바람이었지만
나비는 황국이 마지막 선물이라 생각했다
나비는 자신의 믿음을 의심치 않고
향기의 근원을 찾아 힘차게 날랐다
골목길을 밀고 나오는 회오리 바람은
예상외로 강했다
바람은 지그재그 비법도 통하지 않고
화려한 춤도 통하지 않았다
바람은 나비를 사정없이 내동댕이쳤고
간신히 낙엽을 붙잡았다
낙엽도 바람에 휘 날리는 건 마찬가지
화려한 날개는 찢어지고
연약하 다리는 좀을 지탱하기 버거웠다
삶의 의지가 죽음을 보장할 수 없었다
바람 속 향기를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열심히 사는 것도 욕심일까
사랑으로 견딜 수 없는 삶이 휘청거렸다
자연의 진리를 거부한 결과는
잊음이 잃음 보다 못한 삶은 참혹했다
고요한 밤 하늘에 별들이 찬 미소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