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쭉 울타리의 삶
김 익 택
보호받지 못하는
울타리 외 관심밖의 삶
그래도
수용성 포용성이 너만 할까
비바람 아니면
인적 드문 산속 삶은
이름있어도 없는 삶 살다가
도시의 삶은
물 주고 영양분 공급받는 삶
키 크면 자르고 보기 싫으면
자리를 옮기는
보여주기 위한 삶
삶을 아름답게 사는 법은
나를 위한 삶 아니라
너를 위한 삶이다
꽃을 보는 순간
김 익 택
꽃이 아름다우면
사람도 아름다워지고 싶고
꽃이 향기로우면
사람도 향기로워지고 싶은 것은
당연지사
저 흐드러지게 피어
향기 흩날리는 꽃들은
빛과 바람같이
공유물이면서 소유물
누구는 삶의 풍요를
누구는 미적 공감을
가슴에 심어 정신적 배양을 하고
누구는 돌아서면 잊어도
꽃을 보는 그 순간은
감동의 물결 젖어
고마워서 가슴에 담습니다
초록의 숲 속은
김 익 택
꽃을 피울 수 없는 봄바람이
초록에 안착하자
꽃을 피울 수 없는 삶들은
보금자리에서
엄밀한 가운데 조용했다
초록 숲 속은 살아야 의미 있는
삶들이 종족 보존을 위해
투쟁과 전쟁으로 활기가 넘쳐났다
죽여야 살고 지켜야 사는 삶들은
평화란
오직 내가 살아야 영위하는 법
나 아니면 너는 없었다
고난 고행 수행
김 익 택
고산자가 세한도에서
걸어 나와
길을 나서는 날
추사는 대동여지도 속에서
걸어 나와
길 위에서 길을 찾는 고산자
발자국을 그린다
캄캄한 그믐 밤에
발 없이 길을 가는
고산자는
지팡이 끝에 불을 켜고
별을 찾는다
내 것을 찾아 헤매는
추사는 파도가 우는 바닷가에서
식음전패하고
벼루에 막걸리로 부어 먹을 갈아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린다
걸음을 멈춘 고산자가
주막에서 주린 배를 움켜잡고 누워
천정 거미줄에 지도를 그린다
지금 창밖에는
김 익 택
창 밖
포플러나무 잎이
카드 놀이를 하고 있다
아니다
햇빛이
생글생글 웃고 있다
아니다
바람이
한들한들 웃고 있다
아니다
유월이 웃고 있다
양심이 묻다
김 익 택
시공간을 가리지 않는 양심의 물음을
5월의 초록 광장에 말리고 싶다
그래서
5월 파란하늘의 하얀 구름에 걸어 두고 싶고
5월 푸른 신록에 묻혀 있어도 없는듯 편안하고 싶다
사과하려 해도
그 사과 받아 줄 없고 용서해 줄 사람 없다
그래서일까
세월의 흐름에 양심의 가책은 배가 되어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맑으면 맑은 대로
이자가 원금보다 더 불어났다
사념
김 익 택
너를 위해
숨기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숨긴 말들
모아두면
모아둘수록
복리이자
누워 있어도
심장이 벌렁거리고
얼굴이 붉어져
내가 나를 자학하고
내가 나를 나무라도
풀리지 않는다
장미가 꽃을 피우고
국화가 향기를 피워도
내 눈과 코는
그리움에 가려져
느낄 수 없다
삶의 고뇌
김익 택
깊은 밤
삶의 고뇌가
내가 어찌지 못하는
한계에 다다를 때
천정에 그려지는
애 띤 얼굴
꽃 속에 있다가
별이 되었다가
언덕 위 하얀 집
주인이 되었다가
마침내
깨달은 현실
이불을 돌돌 말아 돌아누워
뒤척이다
억지 잠을 청한다
깨지 않고 잠들었으면
번개권력
김 익 택
바람이 여행을 떠나는 날
장마가 바지가랑이를 잡았다
눈빛으로 콩 볶고 검은 사신은 우레로
세상을 호령했다
사람들은 방콕을 했고
미꾸라지가 마당에서 비보이 춤을 추었다
대지에 서있는 모든 삶들은 모두 고개 숙였고
울분을 참지 못한 강물은 둑을 넘어 대지를 휩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