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의 미학 창출

 

김 익 택

 

 

 

너를 보고 있으면

작아도 심오한 빛

머금은 향은

부족해도 평온해

 

너를 보고 있으면

젊음보다 늙음이 더 활기차고

젊음보다 늙음이 아름다운

오묘한 빛

경이로워 한번 더 보게 되

 

너를 보고 있으면

맡고 더 맞고 싶은 향기

욕심보다 관심이 돌아보게 해

 

너를 보고 있으면

화려하지 않는 백과 흑의 조화가

공백과 여백에서 미학을 창출하게 해

매화의 기다림은

 

김 익 택

 

 

 

 

양식 다 떨어지고

굶주린 배 채우기 위해

산과 들을 헤매는 보릿고개같이

 

온 세상이 앙상한

삭막한 세상 2월 끝

홀로 피어

인내의 불을 밝히는

메신저가 되어

 

꽃은 희망을 얘기하고

향기는 사랑을 전하는

인내의 표상이 되어 봄을 알린다

그대 매화는

 

김익택

 

 

 

 

장미같이 화려하지 않고

모란같이 우아하지 않는

매화는

꽃은 탐미해도 모자라고

향기 음미해도 모자라는

삶을 알고 사랑을 아는 꽃이다

 

몸통은 썩어 하얗게 마른 버섯이

살림터를 잡은 지 오래되었고

가지는 말라 꼬챙이 다름없는데

그래도 삶의 목적은

죽음을 넘어선 인내로

천진난만한 아이같이 맑게 핀다

매화 꽃이 피면 2월은

 

김 익 택

 

 

 

 

 

꽃을 볼 수 없는 이른 봄

그대가 피어 향기 흩날리는 날

평생 꽃구경 못한 사람 마냥

너도 나도 웃음꽃이 만발이다

그대 피어서 지는 15일은 평범해도

존경 사랑 한 몸에 받는 귀하신 몸

꽃 중의 꽃

향기 중에 향기 아니어도

꽃 그 보다 아름다운

행복 주고 즐거움 주는 메신저

바람이 봄을 시샘하는 영하 날씨에

사랑보다 아름다운 말

그대 아니면 무엇이 또 어울릴까

 

행복 그 의미

 

김 익 택

 

 

 

 

불편하지 않는

자유 없고 행복 없다

노력 그 뒤에도

고통 시련 없이

행복하다면

그것이야 말로

독재이며 불행이다

끊임없이 노력해야

유지되는 것이

삶이며 사랑이다

어떤 사모심

김 익 택

 

 

 

 

내가 사랑의 주인공이 아니었던

그 시절

봄은 막연한 미지의 세계

사랑은

봄 언덕에 피어 오르는

어지러움이

육안의 세상에서 벗어난 상상 나래로 인도했지

예나 지금이나

사랑은 모자람의 원조

아쉬움의 고향이고 그리움의 안식처

내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특권은

상상

태양이 푸름에 불을 지피면 바람이 꽃을 피웠지

매화의 기다림

 

김 익 택

 

 

 

 

 

그에게 기다림은

희망의 응답을 기다리는 시간

내가 지루해도 네가 반가우면

너의 깊은 심장에 나를 새기고 있다는 것

매양 기억은 못할지라도

문득 생각나 나를 다그치고

뇌리가 양심을 톡톡 건드려

던지는 물음마다 행동을 다그친다는 것

어느 누구 속을 몰라도 바람이 스민다는 것

좋아한다 사랑한다

고맙다 존경한다

이유 있는 관심과 양심이

나만의 노력의 아니라

보이지 않는

그대 숭고한 기다림이 오늘 꽃과 향기가

나와 호흡하고 있음을

매화 너를 본 사람은

 

김 익 택

 

 

 

 

늙음이 아름답다는 말은

너를 두고 한 말

지난해 보았던 가지 올해 흔적 없고

올해 볼 수 있는 가지

내년에 볼 없다 해도 누가 부정할까

살아 있는 것이 신기한

허약한 가지 끝에

함초롬히 핀 꽃송이가

하나같이 뽀송뽀송하다

몸은 늙어 존경까지 묻혀버린 쭉정이 뿐인데

그 가지에 핀 꽃은 하나같이 청춘이네

하물며

향기마저 더 짙으니

너를 본 사람이라면

진리가 이율배반이라 해도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매화 자꾸자꾸 너를 찾는 것은

 

김 익 택

 

 

 

 

사랑해도 사랑받지 못해 안달하는

사랑 장애자처럼

자꾸 자꾸 너를 찾는 것은

무슨 못다한 그리움이 있어서 아니라

보고 봐도 모자라는 내 욕심 때문이리라

장미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순수는 앞 질렸고

국화처럼 향기롭지 않아도

온유함은 이미 마음속 자리매김한 뒤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지

좋은 말로

짝사랑이라 해도 좋고

나쁜 말로

상사병이라 해도 좋으니

사실 이니까

굳이 감출 필요가 없는 것이지

연초록 봄빛

 

김 익 택

 

 

 

 

 

연초록 나무 잎에 스며든 봄빛은

꽃이 아닌데 꽃 보다 아름답고

연초록 풀잎에 스며든 봄바람은

향기가 아닌데 향기보다 향기롭다

 

눈 가는 곳마다 발길 닿는곳 마다

만지면 뭉개질 것 같은

보드라운 잎새들이

서로서로 나보라는 듯

 

잎새들의 손짓들이

눈으로 들어와 머리로

머리에서 가슴으로 스며들어

 

사랑을 몰라도 사랑을 느끼게 하고

정을 몰라도 정을 느끼하는

초록빛 천지가 봄 그림속에 있는 기분이다

 

그만 해

 

김 익 택

 

 

 

 

 

 

고독이 고삐 풀린 망아지같이

콧노래를 부르며 거리를 나섰다

인내 얼굴이 굳어지고

사랑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진실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사실이 행동을 주시했다

 

 

매화는 삶을 차별하지 않는다

 

김 익 택

 

 

 

 

 

한번 피면

낮에도 밤에도 지지 않는 꽃

너도 보고 나도 보는 그 꽃은

순수해서 아깝고 아름다워서 안타깝다

 

꽃과 향기까지 꼭꼭 숨긴 채

오직 너에게만 보여주고 싶은

정작 그 꽃은

너와 나를 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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