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 매화의 희망
김 익 택
개똥밭에 굴러도
이 세상이 좋다는 말
너를 보면 알겠다
죽음 앞에서도
보내는 사랑의 메시지
너를 보면 알겠다
너의 나이 100세
온 몸 죽은 버섯 꽃 아랑곳 않고
풋풋한 꽃을 피우는 것 모자라
님 맞으려 가는 숙녀 향수보다
진한 향기 흩날리는 것 보면
매화에게 구하는 양해
네가 피고 지는 보름은
나에게 일년을 기다린 기회
하늘 태양 기온 바람
언제 어떻게 만나야 할지
최상의 조건을 찾는 시간은
초조함을 동반한 설렘
너의 미학을 알린다는 것
너의 삶을 알린다는 것은
나에겐 삶의 숙제
일을 할 때도 잠을 잘 때도
온통 너 생각뿐
너의 아름다움을 담기 위한
나의 노력이 연약한 너를
괴롭히는 일일지 몰라도
나에겐 일생일대 순간포착
그런 나를 너는 이해해 주겠니
매화의 항변
김 익 택
내가 언제 접근을 불허했던가
내가 언제 불쾌하게 했던가
내가 언제 고고하게 굴었던가
내가 언제 사람을 가렸던가
보이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
그 자리에서
아프고 괴로워도 내색하지 않고
찾아오는 사람 마다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았을뿐
매화를 만나는 날은
그대 만나는 주말은
청춘시절 애인을 만나듯
야릇한 설렘
얼마나 피었을까
예쁘게 담아 야지
생각만으로 즐거운
상상에 도취되어
하늘 보고 땅 보고
걸어가는 발걸음이
자꾸 빨라지고 마치
건반위를 걸어가는 기분이었지요
더러운 상상
김 익 택
무한대의 상상은
시간의 해방구
믿음 사랑이 만들어 낸
윤리는 어디다 팔아 먹었는가
사랑도 내 맘대로
부도 내 맘대로
생각 머무는 곳에
탐욕과 사리사욕 뿐이네
꽃이 지는 것은
김 익 택
아무리 아름다운 꽃일지라도
할 일 다하면 떨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자연의 이치
외롭고 슬프고 가엾은 것은
받아드리는 것은 삶들의 몫
생각의 차이를 론 할 수 있어도
이분법으로 말하지 말자
피어서 지는 것은
기다려주지 않는 것 아니라
아쉬울 때 제일 아름답기 때문이면
안타까울 때가 행복하기 때문이다
꽃의 격려
김 익 택
싫은 소리해도
흉을 봐도 꽃은
얼굴 붉히지 않는다
오히려
고운 빛 고운 향기로 위로한다
세상에
어느 보통 사람들이 너만 할까
안녕하세요
오래 기다렸어요
참아줘서 고마워요
입 없고 귀 없어도
꽃과 향기가 하는 말
세상에 다시없는
성자의 말씀 아닐는지
추억은 영원한 추억이어야 아름답다
김 익 택
그대 고운 얼굴 만지면 흉터 될까
내 가슴에 고요히 담고 오는 날은
자구 아롱거리는 얼굴
입가에 번지는 미소가
좋으면서 슬프고 아름다워서 씁쓸했지요
내 얼굴 내가 몰라 친구 얼굴을 보고
나를 자각하는 나이가 되고부터
언뜻 떠오를 때면 그대 숨쉬는 것까지
소중한 선물같이 간직하고 싶었지요
하지만 나홀로 주체하지 못한 그리움은 그리움일 뿐
만나도 되돌아가지 못하는
시간의 굴레는 아쉬움 아니라 안타까움
내 그리운 그대
아린 추억은 영원히
추억이 되어야 그대가 상실되지 않음을 알았습니다
피자 마자 슬픔
김 익 택
봄바람의 손절인가
봄비의 거절인가
온 종일 황사가
대지를 압박하고 있다
대낮인데도 태양은 볼 수 없고
거리는 한산하다
꽃잎의 애무는 이슬이 선물인데
범벅 유해물질 중국발 스모그는
맞이할 수 없다
피어서
나에게는 존재의미 부각
너에게는 삶의 순화
모두에게 기쁨인데
피자 마자 슬픔이다
하고 싶은 말
김 익 택
너의 하얀 마음에
얼룩이 될까
만나고 싶고 보고 싶어도
내 진심이 용심으로 비쳐질까
매양 내가 나를 자제했지
내 하얀 마음이
회색 빛으로 보일까
하고 싶은 말
욕심으로 느낄까 봐
울어도 시원찮은
내가 나를 나무랐지
삶의 균형
김 익 택
생성하고 죽는 삶은
부지런하지 않고 살 수 없다
울음 속의 기쁨
기쁨 속에 불행이 내재해 있다
삶의 균형은 평화다
남자들이 여자들 애기를 하고
여자들이 남자들 얘기를 하듯이
행복은 존중의 조화이기도 하다
사랑이 희망이고 삶이 사랑이듯이
생각 없는 밤에 나는
김 익 택
잠 안 오는 밤
책을 손에 잡았지만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컴퓨터 켜고 워드를 띄웠지만
막대기 커서
뭐하느냐고 묻는 듯 깜박인다
말라버린 생각
잃어버린 감성 모두 어디 갔을까
감흥도 없고 불감도 없다
무엇인가 읽어야 한다는 생각과 써야 한다는
강박강념만 있을 뿐
허기를 채우듯
내 텅 빈 머리와 가슴에 채워야 하는데
읽기 싫으면 듣기라도 하던가
보지 않으면 사색이라도 하던가
노력하지 앓으면
잊어버릴 것 없는데 잊고
잃어버릴 것 잃어버리는 것이
삶이고 진리인데 나는 두 손 놓고 멍하니
하얀 밤을 붙잡고 어쩌지 못하고 있다
매화 소나무와 짝사랑
김 익 택
현실의 꿈 이루어지는
상상의 그 날이 오면
백년을 묵묵히 살아온
매화가 웃고
수많은 절망에도
돌아 앉은 믿음을
천년을 한결같이 살아온
노송이 맞을까
영혼 잃는 그대들 삶에
내 영혼 불어 넣은지
10년 20년
모르다 요원하다 꿈이다
가슴으로 오는 봄
김 익 택
저 봄바람은
누구에게는 사랑의 메신저
보이는 것 모두 가슴 벅찬
빈손 이어도
희열의 선물이 되고
저 봄비는
누구에게는 아픔의 매개체
포근하고 시원해도 아픈
양손이 푸짐해도
고독한 신물이 된다
옛사랑
김 익 택
사랑이 아파서 아름답고
사랑이 외로워서 그리운
그 시절들이
아름다운 사랑의 선물이 되기까지
내 안의 기억이 녹고
내 안의 추억이 바래지는
바람의 세월에도
퇴색되지 않는 것은
아픔은 성숙하게 다듬었고
외로움은 극복하게 만든 원동력이
이율배반 아니라
잊음을 반복할 수록되려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 제조기가 될 뿐
옛 사랑은 삶의 중심부의
추억공동체가 되어
밤 길
김 익 택
별빛만 반짝이는 검은 밤
달빛 따라 떠나는 여행은
울어도 모르고 웃어도 모르지
있어도 없는 그림자는 침묵하고
터벅터벅 발자국 소리
검은 허공을 메우면
생각이 어디선가 있을
그 분께 안부를 전하는데
갑자기 놀라서 날아가는 새
날개소리 미안함 뒤에
공포가 몰려오는데
별이 알고 나만 아는 비밀 고백
그리운 여운은 간곳없고
구름속으로 숨는 어둠
불길한 예감이 발길을 돌려 세운다
상처 아닌 추억
김 익 택
그대 그 심정
겪어본 사람만 알지
어림짐작 아니라
하루 하루
희망보다 절망을 생각하고
삶보다 죽음을
생각해 본 사람 아니면 모르지
행복 그 단어 말하기는 쉬워도
먼 나라 얘기가 쉬운 법
사랑 그 말 듣기는 쉬워도
딴 세상 얘기
아픔에 지쳐 삶이 싫고
삶에 지쳐 죽음을 생각하는
삶의 가치가 죽음 보다 가벼운
가슴에 지고 뜨는 별이었지
그것 다 참고 살다 보니
아픔과 미움
행복과 사랑까지 꿈 같은 그리움 뿐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