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는 추위

 

김 익택

 

겨울이 가는 길에 숭숭 부들부들

갈대 울음 소리가 봄을 부른다

서쪽을 달려가는 달빛 아래로

기러기와 찬바람이 한 몸이 되었다

허기를 채우지 못한 오리들이

언 물에 잠수했다

아직 봄의 노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기다린다는 것은

반가운 이면에 설레는 것인데

지난 봄을 기억하지 못한 바람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초록을 머금은 버들 강아지를 바라보며

 

 

 

 

겨울 오후 풍경

 

김 익 택

 

 

꽃 소식을 가지고 온 바람이

아파트 창문을 두리는 날

창문이 깨질까

다육이 잔뜩 몸을 움츠렸다

 

얼어 죽을까 거실로 옮겨 놓았는데

햇빛이 없는데 견뎌낼까

주인 아주머니가

다육이를 TV 옆에 옮겨 놓으며 말했다

 

태양이 보이지 않는 내실을 보려고

고개를 숙였다

동백꽃 몽우리가 태양을 바라보며

미소를 보냈다

 

창문을 두드린 바람이 건너편

검은 벚나무 가지를 마구 흔들었다

먹을 것이 찾던 직박구리가

과자를 먹고 걸어가는 아이를 주시하고 있었다

 

겨울 창가에서 바람소리를 들으며

 

김 익택

 

따뜻한 방이 그리운가 바람이

차가운 베란다 가이드라인 잡고 운다

문득 젊은 시절 하늘나라로 떠난

옛 친구일까 생각나서 창밖을 본다

 

기억이 잠식한 세월 몇 십년 지나보니

얼굴까지 가물가물하다

바람은 불어 배란소리는 더 여리고

검은 가로수 벚나무가지 휘청거린다

 

그 곳에도 시간이 있어 친구도 늙었을까

늙었으면 얼굴도 변했겠지

생각이 기억을 응시하는 사이

어두운 바람이 어깨를 시리게 한다

 

멀리서 연인이 손잡고 걸어오고 있다

두 손을 꼭 잡은 채

사랑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름답다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매화의 개화준비

 

김 익 택

 

한파에도 꽃 몽우리를 맺고 있는

매실나무 속 물관이 궁금하다

하기야 내 맘속에 숨겨둔 사랑도

말 안 하면 모르는 일이지

 

네가 꽃을 피워야 비로소 아는 봄은

뭇 사람들에게 희망

울어도 모르고

아파도 몰랐던 지난 겨울 이야기는

뿌리속에 묻어두고 꽃으로 말 한다

 

어두우면 더 추운 겨울

낮에도 모르는 가지속의 꽃 길을

매화는 행여 누가 해코지할까

어두워서 밟길 끊고 추워서 밟길 끊는

깊은 밤에 개화준비를 하는가 보다

 

 

 

봄을 손절하는 겨울

 

김 익 택

 

 

바람이 꽃피우는 봄을

겨울이

입춘 지나고 우수가 와도 손절하고 있다

흔들리는 맘은

남쪽 손님 맞이하러 떠나가고

아이는 두 손 모아

추위가 싫다고 기도를 한다

 

태양은 하늘 한가운데서

매화나무 가지를 격려하고

키 큰 낙엽송 두 팔 벌려

찬바람을 가로막고 섰다

난 행복해 외치는 솔개바람이

영원히 겨울 인 줄 알고 좌충우돌하고 있다

 

 

 

 

꽃 심

김 익 택

 

 

봄을 심취해 있는 꽃심이

꽁꽁 언 어두운 땅속에서

세상밖을 나가기 위해

조용한 준비를 하고 있다

 

삶의 의미는 각각 다른

책임과 의무가 있는 법

자연의 이치를 어기면

꽃도 열매도 맺을 수 없음을

땅속에서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자연의 이치를

지켜야 존재 가치가 있는 법

꽃 심은 그 진리를 알기에

무던히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꽃을 피우는 것도 자유

열매를 맺는 것도 자유

세월가면 절로 오는 봄이지만

빨리 피워도 늦게 피워도

열매를 맺을 수 없기 떼문이다

 

봄을 아는 삶들은

김 익 택

 

 

볼을 에이는 찬바람 속에서도

내리 쪼이는 햇살의 메시지는

강렬하다

 

이를 알고 있는듯 매화나무는

추위에 벌벌 떨어도

꽃 몽우리를 맺고

버들강아지는 얼음에 발을 담그고

꽃을 피운다

 

이렇듯 봄을 아는 삶들은

추위속에서도 소리없이 오는 봄을

들불처럼 준비하고 있다

 

누가 소리쳐 알리지 않아도

땅속에서 땅위에서

소리없이 조용 히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아무도 모르게 오는 봄을 기다리며

 

김 익 택

 

 

겨울의 무료함이 창 밖 먼 산에 머물게 한다

안개인지 미세 먼지인지 산을 덮고 있는 뿌연 모습

내가 보내는 텔레파시를 방해하고 있다

 

저 어디쯤 나 모르게 오는 봄은

추위에 몸을 사리고 있는가 푸른 빛은 보이지 않는다

 

시린 어깨가 싫어 방으로 들어와 마음에 봄빛을

채우려고 사진을 펼쳐 들어본다

눈 속에 노란 복수초가 미소를 짓는다

 

손을 호호 불며 정신없이 사진을 담았던 그때가 벌써

4년 전 사진 속의 복수초 노란 꽃은 늙지 않고 웃고 있다

아픔과 희망을 노랗게 머금은 채

 

겨울바람 속에 봄 향기가

 

김 익 택

 

 

생활고에 시달린 겨울 나무가

찬바람속에서 봄 냄새를 맡고

코를 킁킁거렸다

직박구리가

이가지 저가지를 돌아다니며

나무껍질 속의 곤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겨울 철새들은 떠날 준비를 하고

언 물이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태양은 땅속 삶들에게 레이저로

잠을 깨우고

땅속 삶들은 하늘에게 비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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