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를 담는 동안
김 익 택
굴곡과 굴곡
얼키고 설킨 가지 끝 꽃 몽우리
전면에서 아래에서 옆에서
가지와 꽃이 내 몸을
허용하는 위치에서
최적 구도를 찾아 한 컷을 위해
노력하는 나를 보고
저 매화는 나를 어떻게 볼까
생명의 위협
아니면
사랑하는 방식의 이해
화무십일홍 뒤 무관심의 섭섭함
꽃을 담는 동안 뇌리에 떠나지 않는 미안함
아는지 모르는지
그래도 매화 미소는 한결같다
매화의 구도 그 의미는
김 익 택
눈앞에 훤히 보이는 아름다움 그 보다
생각해야 해야 보이고
노력을 해야 보이는 풍경이 있다
그 풍경은
고개를 숙여야 보이고
무릎을 꿇어야 보이고
엎드려야 보이고
누워야 겨우 보여준다
어느 한 해는 건강이 편치 않고
어느 한 해는 마음이 편치 않는
자연을 견뎌낸 육체적인 승리가 있고
자신을 이겨낸 정신적인 승리가 있다
그래서 마침내 피운 꽃은
굴곡진 가지는 삶의 미학을
한송이 꽃은 싱싱한 생기 발랄함을
참신한 향기는
겨우내 언 가슴을 위로하고도 남는다
지금 창 밖엔 초록 비가
김 익 택
창 밖엔 초록 비가
꽃의 시대 막을 내리고 있다
내 어머니 풍요로운 사랑같이
첫사랑 그대 해맑은 얼굴같이
가려도 아름답고
벗어도 아름다운
실루엣 안개를 머금고
어느 정갈한 분
머리칼을 빗질하듯
초록비가 내리고 있다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김 익 택
조용히 바람이 분다
조용히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린다
저 바람이
저 비가
오는 것인지 가는 것인지
시작이 어디고 끝이 어딘지
모르는 것과 같이
나
오늘
이유도 없고 생각도 없이
목적도 없고 계획도 없이
저 비 따라
저 바람 따라
떠나고 싶다
오늘의 일기
김익 택
하얀 종이에
숨겨둔 오늘을 적습니다
핑계 변명 아쉬움
고해성사하듯
오늘의 사실을 적습니다
과거는 지났으므로
책임 의무 죄책감
누구 묻지 않아도
두 눈을 부릅뜬 양심 있어
진실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꿈과 희망을
현실에 안주시키지 말자고
남의 얘기 아니라고
나를 다잡는
오늘을 적습니다
참
김 익 택
갑자기 잊었거나 생각났을 때
또는
기억 추억들이 느닷없이 떠오를 때
하는 말
참
또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 올랐을 때
무릎을 치며 하는 말
참
나쁜 의미보다
좋은 의미가 많이 담겨있는 말
참
오늘 아침 난
잊고 사는 감사한 추억 떠올리고 싶다
나에게 의무란
김 익 택
목적을 위해
오늘 노동은
내일의 휴식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미룬다면
내일 두 배 더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봄 아침
김 익 택
새벽 안개
발 목 적시는 아침
살랑살랑 물결 헤치는 중태기가
봄 나들이 한다
회색 버들강아지 털 속 노란 꽃술
해바라기 한다
바람이 부르는 봄의 노래를
땅속에서 듣고
살겠다
잘 살겠다
여기 저기 고개 내미는 새싹
하늘 부름의 의미 나중에 알겠다
봄 소식
김 익 택
찬바람이
할퀴어도
매화 향은
그대로
꽃샘 바람 무서워
앞만 보고
종종걸음 치는
머리 위에
도톰한 꽃 몽우리
새아씨
젖꼭지 같이
한껏 부풀어 있다
내가 나를 위해
김 익 택
능력이 부족해서
움츠리고 조아렸던
내가 나를 위해
박수를 치자
마음이 답답하고 우울할 때
나는 잘 할 수 있어
내가 나를 위해
용기를 불어 넣자
세상에서 내가 제일
초라하고 미천하게 느껴지는
내가 나를 위해
위로의 말을 아끼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