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김 익 택
그 꽃의 향기는 잊고 있던 추억의 소환장인가
바람이 전하는 소식에 가슴이 울렁거린다
그 꽃은 삶 속속들이 몰라도
춥고 지루했던 지난 겨울 우울한 상처의 치유하는
인간성 회복제인가
양심에 털에 불붙는 그 날 비로소
나무가 전하는 진정한 삶의 메시지를 이해할지 모르겠다
내 안의 악마에게
김 익 택
고독의 세계로 항해하는
악몽과 싸움
몇 십 년
내가 나와 싸우는
웃지 못할 동거생활은
나의 고독의 집결체인 동시에
전쟁이었지요
언제나 몸은 피곤했고
하는 일 모두 불평불만
그걸 참고 견디는 것은
봄이 와도 고독했고
가을이 와도 늪이었다
오직 잠자는 동안 찾아오는
그 긴 고통
고운 다습한 여름 아니면
온몸 떨게 하는 긴 겨울
내 삶은 불편부당
메우지 못한 희망
채우지 못한 사랑
너도 나도 나이기에
더불어 살기에는
내가 죽어야 끝이 나는 너
가라 가라 가라
그만큼 괴롭혔었으면
부디 가라
재발 떠나주라
봄은
김 익 택
봄은 지난겨울 잃어버린 꿈을
되찾는 날
여름의 추억을 찾아가는 날이다
봄은 미지의 가을의 약속을
시작하는 날
나만의 이야기 시작하는 날이다
봄에 피는 꽃 한 송이
봄에 피는 새싹 한 잎
희망의 DNA 인내의 소산이다
세월은 무관심
김 익 택
세월은 과거를 궁금하지 않고
미래가 궁금하지 않다
세월은 잘못도 모르고 좋음도 모른다
삶의 마당에서
죽던 살던
삶은 오직 살고 있는 자의 몫
오늘도 내일도
철저한 무관심이다
우산 쓰고 가는 그대
김 익 택
매화 떨어지는 거리를
우산쓰고 가는 그대
치맛자락을 봄비가 붙잡고 있다
떨어진 매화는
만신창이 된 채
제 모습을 잃었고
그대는
한때 흠모했던 매화를
하이힐 신발이 콕콕 밟으며 간다
매화의 눈물
김익 택
하늘이 준 비로
눈을 만든 매화가
신기해 하는
사람들을 보고 웃고
하늘이 준 바람으로
코를 만든 매화가
찾아오는 벌을 보고 웃었다
세상의 삶들은
내가 있어 네가 있음은
아픔 뒤 희망인데
그동안
꽃을 피워도 눈동자가 없어
볼 수 없고
너는 알아도 나는 모르는
때늦은 반가움에
눈물을 뚝뚝 흘렀다
오늘 아침
김 익 택
오늘
아침
참 좋다
햇살이
바람이
매화 향이
매화 찬미
김 익 택
얼굴보고 말못하고
돌아서서 호박씨 까는 수다쟁이도
곱다 예쁘다
한번 오고 싶다
대 놓고 감탄하는 말 밖에
군 말이 없네요
내가 싫은 하루
김 익 택
살면서
내 얼굴 내가 보기 싫은 적
몇 번 있었던가
내 생각 내 행동이 싫어
내가 나를 싫었던 일
몇 번 있었던가
누구나 좋아 하는 말
사랑해 그 단어
싫었던 일 몇 번 있었던가
우리가 사는 세상
나 혼자 살 수 없어
너와 같이 사는 동안 실망해서
벗어나고픈 맘 몇 번 있었던가
봄이 가는 길목에서
아침 저녁
빨리 지나가는 하루가 싫어
모처럼 겨울 앞에 서 있던 나
너 참 산다고 고생했구나
오늘 내가 나에게 위로를 해 본다
꿈이 저지른 불륜
김 익 택
의도 아니고
진심 아닌 꿈속에서 저지른
인륜을 저버린
사랑 도둑
죄가 아니어도 양심의 가책이 되고
벌이 아니어도 마음이 아프게 하는
나도 모르는 벌
무슨 이유입니까
시 공간 관계없이
뜬금없이 떠오르는
이 웃지못할 꿈의 속성을
궁금하지 않을 수 없고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람의 심술
김 익 택
바람이 잃어버린 꿈을 찾으려고
낙엽을 헤치고 있다
숨어 있던 노루궁뎅이버섯이 화들짝 놀라
어쩔 모르고
끼 많은 얼레지
환풍구에 선 마릴린몬로 마냥
지켜 올라간 치마를 몸 비틀어 가리지만
얼굴은 정작 웃고 있다
성급한 사랑
김 익 택
나 혼자 있어도
가슴이 뛰는 건
아마도 나에게
사랑이 찾아온 것이고
생각과 정신이
혼연일체가 되는 건
아마도 내가
사랑을 찾는 것이다
생각이 나를 앞지르고
정신을 사랑을 앞질러
속을 끓이다 못해
우울에 시달리는 것은
성숙하기 위한
사랑이 사랑을 앓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