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전령사 매화
김 익 택
세상은 아직 예측 불가능한
눈 오고 비바람 부는 영하 날씨인데
너 만 홀로 피어 향기를 퍼뜨리니
참으로 신기하고 참으로 고맙다
그때는 그랬어
김 익 택
네 마음이 너무
하얘서
내 아무리
살포시 걸어도
먼지 일어나날 것
다가갈 수도 없더라
네 마음이 너무
맑아서
내 아무리
조용조용해도
행여 때묻을까
말을 건넬 수가 없더라
그저 멀리서
설렘으로 지켜보며
다가갈 수 없음에
너를 미워하다
나를 미워하는 수밖에
아니 그것조차
너에게 해가 될까
속 눈물을 삼키는 것 밖에
매화 그대는
김 익 택
삶은 누구나
희노애락이 있고 기승전결이 있지
그 진리를
소통하지 못하고 통찰하지 못하면
삶은 불편한 진실이 되는 것이지
그대는
단 한번도 삶의 화두를 말하지 않아도
아는 만큼 보이고
관심있는 만큼 느끼게 하고
노력하는 만큼 취득하게 하는
삶의 철학의 진수 아닐까
한잔의 차와 한잔의 술은
김 익 택
기호식품 1호
한잔의 차와
한잔의 술은
혼자보다 둘이서 마시면
내 안의 숨은 에너지를
활성화시키는 공통점이 있는 것인데
말 속의 휴식과
말 속의 위로는
내가 아니라
그의 향기가
분위기 만들어 주었고
그의 취기가
용기를 주었기 때문이리라
때가 되면
김 익 택
비가 흩뿌렸다고
꽃잎이 떨어지고
바람이 불었다고
낙엽이 지는 것은
꼭
그 이유만은 아니지
내 안의 감옥
김익 텍
마음이 열리지 않는 날은
뇌리의 문도 열 수가 없다
문 열어라고
바람이 아무리 창문이 덜커덩거려도
세상 밖 이야기가 듣고 싶지 않고
내 안의 사유도
밖으로 드러내고 싶지 않다
눈이 있어도
보이는 것이 없어
보고 싶은 것이 없고
궁금한 것이 없어
말 하고 싶은 것이 없다
내가 싫으니까
가족도 친구도 싫고
독서 싫고 음악도 싫다
모든 것을 제쳐 두고
혼자 있고 싶은 것밖에
그녀가 걸어가면
김 익 택
그녀가 걸어가는 바람색깔은 분홍이었고
그녀가 걸어가는 향기도 분홍이었습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릴 때마다
분홍빛 바람은 유쾌하게 춤을 추었고요
그녀의 가녀린 긴 다리가 가위질할 때는
흩날리는 분홍향기는 덧없이 발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