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너는 어디서
김익 택
설날을 치닫는 매서운 찬바람이
추워서 싫고 아파서 싫어서
문을 꼭꼭 걸어 닫는 때이른 봄
겨울 아니면 매혹적일 수 없고
매화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빛과 향기가
겨울 속 사람들을 위로한다
몸통은 썩어 가지는 연약한데
겨울의 시련을 인내로 이겨낸
그 정신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겨울 같은 봄이면 몰라도
소한 대한도 꿈쩍 않는
엄동설한에
바람을 보듬고 빛을 쓰다듬는
순수한 빛은 어디서 왔을까
몽매한 사람들 시선을 웃게 하고
입김소리를 맑게 하는
신선한 향기는 어디서 왔을까
매화가 피는 것은
김 익 택
보기 싫은 외면인가
꽃 소식의 시샘인가
눈바람이 나무 목을 잡고
마구 흔들어 댄다
그에게 겨울은
얼어 터지고 부러져도
입 다물고 귀 닫고 눈 감고
기다림뿐
저항은
반항 아니라 희망이다
꽃망울을 터트리는 그날
모진 삶의 그 끝은
새로운 시작
꽃은 피워야 꽃이고
꽃은 피워야 향기가 나듯
삶의 존재의미는
네가 있어야 내가 있고
내가 있어야 너도 있는 것이다
매화 아침맞이
김 익 택
어둠이 가시지 않는
이른 새벽
산사는 잠들어도
매화만 잠을 깬 것일까
동쪽 하늘 먼동에
화답하는
분홍꽃 미소가
아이 웃음소리같이
해맑고 활기차다
통도사 매화는 무엇으로 피는가
김 익 택
모든 삶들 숨죽이는
한파에 피는
통도사 매화는
부처님 미학의
가르침으로 피는가
새벽을 깨우는
범종 소리로 피고
묵묵히 응시하는
달마대사 부릎뜬
눈빛으로 피는가
구름 타고 유영하는
선녀 피리소리로 피고
정성들여 합장하는
스님 손끝으로 피는가
꽃 송이송이마다
청아한 목탁소리같이
암송하는 불경같이
경외감이 우려난다
매화는 믿음 인내 사랑
김 익 택
오래 살아서 존경받는 인물이 아니라
삶의 기본상식 뛰어 넘은
인품 인격 행적이 모럴이 되는 인물같이
저 매화나무
늙어 초라해도
피는 꽃은 해맑은 아이같이 싱그럽고
퍼뜨리는 향기는 어머니 정신같이 너그럽고
열매는 아버지 믿음같이 든든하다
하여 어느 누가
닮고 싶지 아니하며 존경스럽지 않을까
사랑 인내 믿음 희망
그것 말고 또 무슨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마음이 가는 길은
김 익 택
아침부터 저녁까지 변하는 날씨같이
내 가슴을 비추는 햇살
내 가슴에 이는 바람
나홀로 부르는 동굴속의 울림 소리일까
듣기 좋고 아름다운 나만의 착각일까
내 생각 저 하늘 끝에 달려가도
무엇이 있는지 모르지
하물며 내가 내 미래 모르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
삶이 끝나는 그날까지
알 수 없어 노력해야 하고
알고 싶어 공부해도 모르는 것이
마음의 가는 길이지
쌓이지 않는 세월
김 익 택
하루 이틀 한달 두달
일년 이년 십년 백년
그 세월에 나는
차곡차곡 쌓은 것은 무엇이며
흔적없이 잃는 것은 무엇인가
단 하루도
가만 있지 않고
생각하고 일하고 노력했는데
아무것도 없다
그 사이
해마다 산하의 생명들은
삶과 죽음 반복했고
나는 살아있다
건강은 노쇠해도 마음은 젊은데
어디 누구 몰래
비우고 채우는
숨겨 놓은 것 없다
명예도 권력도 재산도
남은 것은 늙음 뿐이다
어려운 시
행간을 뛰어넘고
문장을 절단하고
의미를 비약하고
상징을 절도하는
이해 설명 불가
시 한편
엎드려서 하늘의 진리 새기고
누워서 땅의 진실을 고뇌해도
퍼즐을 꿰 맞출 수 없는
의문과 의문뿐인
얼토당토 아니한 글을
시인은
상식 상상 지식 지혜를 통 털어
양식과 혜안으로
자연을 얘기하고 삶을 얘기하고
사랑의 얘기를
나름대로 표현하고 풀어낸 것이지
매화 너는 꽃의 전설
김 익 택
실망하고도 웃고
외톨이가 되어도 웃고
버림받아도 웃고 있는
너는 이 땅의 꽃의 전설
꽃을 피우고
향기를 피웠어도
벌 나비는 커녕
코 베는 칼바람뿐인데
오직 너만 웃고
오직 너만 향기를 피워
봄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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