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하늘 응답
김 익 택
저 들판에
황금 빛 낱 알은
몸은 늙어도
노력해서
터득한 지혜같이
부지런한
농부의 손길의
하늘의 응답이다
내가 겪지 않으면
공감 할 수 없는
짧은 이해같이
저 들판 황금빛의
깊은 의미는
농부만 알고 벼만 아는
하늘의 응답이다
들길 따라
김 익 택
들길 따라 걸어가면
문득문득 눈에 익은 꽃 한 송이
쑥부쟁인가
구절초인가
들국화인가
그 꽃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디 마음 둘 곳 없이 외로워 보여
내가 먼저 무슨 말을 해주면
위로가 될 것 같아 물어본다
매일 다녔어도 보이지 않더니
그 동안 어디 있었어
먼 길 돌아와 기다리고 있듯
나를 보고 있는 너의 모습
청초하다 예쁘다
외로워 보여서 반갑구나
그 말하고 돌아서는
뒤통수에 묻는 말
나도 그래요 남은 가을같이
내게 남아있는 정
아쉽고 외로워서
가는 그 누구라도 붙자고
애기하고 싶었어요
아 돌아서는 발길에
그 꽃에게 그 어떤 미안함이 자꾸 눈에 밟힌다
열매의 의무
김 익 택
비가 내린다
고개 숙인 벼 이삭에
주렁주렁 매달린 수수에
풍성하게 젖은 모습
눈물을 머금은 듯
보석은 품은 듯
맑은 물방울 빛이 애처롭다
살아 남았다는 것은
그 누구에게나 시련
마지막까지 긴장을 부여하고 있다
견뎌야 한다
나를 위한 너를 위해
선물은 신선해야 하고 싱싱해야 한다
그 의무
끝까지 지키기 위해
하나의 열매가 익기까지
김 익 택
모든 삶을 얼게 하는
한파와 동파
논 밭을 쓸어가는
폭우
논 밭을 다 태우고도 남을
가뭄
다 견디고 익은 열매이어야
달고 맛있듯
인내는
세상에서 잘 사는 삶의 벗
고통도 벗
장애도 벗
외상보다 무서운 것은
알지 못하고 썩어가는 속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