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편마을 아침 퍼포먼스
김 익 택
하늘의 손길에
땅의 입맞춤인가
비단 이불 같은
뽀얀 안개가
깊이 잠든 은편골을
포근히 감싸고 있다
은편마을 구름
김 익 택
이른 아침
은편마을 공중에서 펼치는
구름 쇼는
유체이탈을 해야
내 몸과 정신을 알듯
연화산 꼭대기에 올라가야
그 진면목을 볼 수 있다
물의 화신인일까
바람의 조화일까
생성했다 사라지는 순간순간
조물주의
축복 은혜 아니면 설명할 수 없다
산골 가을
김 익 택
산골 가을은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밖에 없는 계곡에서
먼저 오는 걸까
들판에 아직 벼가 가득한데
구절초 쑥부쟁이 벌써 지고
노란 황국화 피는 돌무지 위로
빨강단풍이 떨어진다
계곡은 물줄기 줄어
실같이 흘러내리는 폭포수
명맥을 겨우 유지하고
기다리다 지쳐 떨어진 빨강 낙엽은
차디찬 맑은 냇물에 떠돌다 가라얹고
수생곤충들은 그 낙엽 속에 집을 짓는다
물 돌이
김 익 택
아쉬움은
물도 나무 잎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떠 내려가기 싫어서
저렇게 서로 부둥켜안고
뱅뱅 도는 것을 보면
그 이유 아마도
마련 때문이 아니라
지난 일년 아쉬움 때문이리라
폭풍 폭우 가뭄 더위
온 살점을 갉아먹는 애벌레까지
그 모진 환경에서
아파도 울 줄 몰라
바람소리로 울고
슬퍼도 눈물 흘릴 줄 몰라
빗방울로 흘린
그 시간이 그리운 것이리라
저렇게 떠나기 싫어 서로 뒤엉켜
온종일 뱅글뱅글 도는 것을 보면
시에게 미안한 날
김 익 택
억지로 생각하고
억지로 쓰는 시
쓰는 나도 피곤하고 따분한데
시 기분은 어떨까요
그런데 나는 매일
바지가랑이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오늘 하루도
머리 속에 뱅뱅 도는 풍뎅이같이
취하지 않아도 머리가 어지럽도록
매달리고 있다
먼 산을 바라보고
볼펜을 만지작거리고
좋았던 일 나빴던 일 떠올려보고
사회 정치 경제 스포츠
컴퓨터로 검색하고
그래도 도통
떠 오르지 않는 글
나는 지치고
너는 시달리고 있다
연화산 가을 풍경
김 익 택
김 익 택
저 논밭에 여무는 곡식들
봄부터 지금까지
농부의 눈길 손길
보살핌 잊지 않고
꽃 피어서 희망 주고
열매 맺어 보답하네
태양은 열매들을 위해
햇살을 비추고
비는 행여 목마를까 땅을 적시네
바람은 수고했다고
부드럽게 쓰다듬고
구름은 쉬라고 그늘을 드리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