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도
김 익 택
순간에 피고 순간에 져서
더 아쉬운 꽃이여
그대의 운명은
아마도 주체하지 못한
뜨거운 정열 때문일 것이다
그대의 온몸 사시사철
바위에 부딪쳐 피 멍이 들고
그 피 멍이 꽃으로 피어날 때
바위가 울고 바람이 울고
바다가 울고 하늘이 울고
네 하얀 꽃잎 포말 되어 쓰러질 때
썩지 않는 그대의 눈물 꽃은
낮과 밤 봄 여름 가을 겨울 가릴 것 없이
기약도 없이 피었다 지고
오늘은 내일을
내일은 또 내일을 피고 지는데
그대의 어머니 바다는 단 한번 아는 척 하지 않네
파 도 1
김 익 택
우레와 같이 왔다가
갈 때는
자갈 모래를 쓰러 안고
울고 가는 그대여
그대는
무슨 아픔 있어
네 울음소리
10리 밖까지 슬프게 들려오고
무슨 원한 있어
한줌의 남은 힘
바람의 힘까지 빌어
저토록 산산이 부서지는가
태풍의 좌충우돌
김 익 택
주룩주룩 눈물을 흘러도 모르는 척
아파서 못 견디겠다 소리쳐도 모르는 척
덜커덩덜커덩 문고리 잡고 흔들어도
꼭꼭 닫은 문은 꼼짝달싹 안 한다
죄 없는 가로수 팔다리 꺾고
그래도 분이 안 풀렸는지 뿌리까지 뽑아버리고
교통표지판과 신호등 부수고 활개를 친다
경고인가 압박인가 이유 없는 반항인가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닥치는 대로
대지를 휩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