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포 피는 우물
김 익 택
너도 나도
봄 봄
머리 감던
우물가
노랑 분홍 아가씨들
나비처럼 훨훨날아
아지랑이 속으로 사라지고
헤어 샆에서
염색하고 마사지 받은
삼푸 린스 아가씨들
밴츠 패라리 타고
빌딩 숲을 활보하는 시대
빈 독 밖에 없고
잡풀밖에 없는
옛 장독대 옆 우물가
활짝 핀 창포
반세기 만에 만난
코 흘리게
동무같이 반갑다
어디서 살았니
도대체 몇 년 만이니
너도 나도
먹고 살려고 정신없이 살다 보니
세월만 흘러갔어
반갑다
정말 반갑다
그 무슨 표현도
모자라는 반가움에
가슴이 울컥하다
오래전에 체념한
추억 속에 사는 아이같이
잊고 있던 동심을
잊지 말라고
잊어서는 안 된다고
창포는
전설 아닌 그 시대를
회상시켜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