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여행
김 익 택
매양 가냘픈 소녀
장독 뒤에 숨어
콩닥그리는 가슴
달래는 모습같이
샛노란 민들레
강렬한 햇살에
얼굴을 가리지 못해
눈살 찡그리고 있다
피는 것도
지는 것도
눈치 보는 건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는 것일까
그제 피었나 싶더니
오늘 아침은
하얀 면사포를 쓴 신부같이
한껏 부풀어 있다
그 모습
남 몰래 집 떠나는 소녀
신작로에서 버스 기다리듯
불지 않는 바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나도 몰래
입김을 혹 불어주고 싶다
이왕 떠나려면
아주 멀리 잘 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