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가을 끝 자리의 삶들은


 김 익 택


 

가을 걷이 끝나고

텅 빈 논 바닥에

삭둑 잘린 벼 밑 뿌리 하얗게 달라붙은 된서리

논둑 붉은 쑥 잎에 온 몸이 굳어가는 방아개비

깊어가는 가을은

저렇게 또 아프게도 가는 것일까

아침 저녁 찬바람 냉정하기 짝이 없다

자취를 감추는 동식물들

오늘 같은 내년이 올 때까지

그들에게

저 가을 끝자락 겨울은

삶의 끝인지 시작인지

알지 못하는 나는

잘 몰라도

죽음 아니라 시련일 것 같아

책임질 수 없는 사명감에

창 밖 바람 소리가

더 깊고 더 아프게 들려

그들에게

한없이 미안하고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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