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김 익 택
억울한 귀양살이도
푸르게 더 푸르게
살 수 있었던 것은
내 마음이 푸르고
하늘이 푸르기 때문이다
진실이 풀릴 때까지
모질게 더 모질게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살아야 환하게
밝힐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된 사람들이
침을 뱉고 또 뱉어도
참고 살아온 것은
새로운 가지에서
꽃이 피기 때문이다
그날을 위해서
단 한 순간도
비굴하지 않는
그 이유는
삶이 붙어있는 한
꽃은 피기 때문이다
꽃 몽우리가 잘리고
허리가 몽땅 잘려도
더 깊은 곳에 박은 뿌리
돌과 바위 끌어안고
봄을 기다리기 있기 때문이다
그날이 올 때까지
사는 것도 푸르고
기다림도 푸르게 살아
민족의 자긍심이 활짝 필
그 날을 올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